근절되지 않는 불법 ‘쓰레기산’, 보완 대책 필요하다[동아시론/배재근]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2. 12.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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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부족, 비용 상승에 불법 폐기물 증가
무신고, 무허가 폐기로 적발도 복원도 어려워
폐기물 유형 분석해 촘촘한 대책 마련해야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폐기물은 우리 인류가 생존하는 한 발생되고, 일부는 재활용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소각되고, 소각 후에는 잔재물을 매립해야 한다. 최근에 1인 1가구의 증가, 택배 및 배달문화의 정착에 따라 쓰레기 발생량이 늘었다. 특히 일회용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류의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중국이 재활용가능자원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발생량에 비해 처리시설이 부족하거나 처리비가 상승해 폐기물을 방치하거나 불법 처리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의성 쓰레기산’과 같은 방치폐기물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도 불법·방치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배출자 책임을 강화하고, 처리업체에 대한 벌칙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또한 수도권매립지 조기 폐쇄에 따른 매립 제로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를 시작으로 가연성 폐기물의 직매립 금지가 예정되어 있다. 또다시 폐기물 처리에 있어 대란이 예고된 상황이다.

2018년의 쓰레기 대란 이후 4년이 경과된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유, 석탄 등의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발열량이 높은 가연성 폐기물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석탄 등 대규모 열원을 사용하는 2차 산업(시멘트, 제지, 철강 등)에서는 가연성 폐기물을 대체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에너지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처분업체(소각 및 매립)는 폐기물 확보에 고충을 겪고, 처분 비용이 하향 조정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지금 어디에선가는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거나, 방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재활용을 빙자하여 개방된 부지에 적재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보다 교묘하게 창고 등을 임대하여 방치하거나, 재활용을 빙자하여 자연에 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폐기물 처리 계통은 발생자가 종류와 양을 신고하고 수집 운반, 재활용, 처분업자는 처리증명을 하고 있다. 모든 행위는 폐기물 적법처리시스템인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즉 폐기물의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하여 적법처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이 있어 폐기물을 싣는 모든 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하여 감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불법·방치 폐기물이 지속되는 것은 아직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방치되고 있는 폐기물 유형을 보면, 대부분 건축물의 철거 및 정리(폐업 및 부도 등) 단계에서 발생한 것과 5t 미만의 공사장생활계폐기물로 배출자를 알 수 없고, 배출량을 축소 신고하거나 무허가업체가 수집 운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철거 현장 및 공장 등의 사업장에서 배출자 신고 없이 덤프차 및 일반 차량으로 반출하여 불법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t 미만으로 발생하는 공사장생활계폐기물은 지자체의 조례에 관리사항이 명시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실질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투기되고 있는 폐기물의 유형은 재활용을 빙자하여 무기성 폐기물을 성토, 복토 등을 하여 불법 매립하는 사례이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무기성 폐기물에 대해 흙과 1 대 1로 골고루 혼합하여 재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재활용 공정을 거치지 않은 폐골재를 도로 기반재 등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무기성 폐기물을 흙과 골고루 혼합하지 않은 채 투기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투기는 농지, 구릉지 등에서 이루어지며 땅속 깊이 매립된 상태이기 때문에 불법을 확인하는 절차도 까다롭고, 토지를 복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폐기물처분비가 상승하고, 배출자를 알기 어려운 폐기물의 갈 곳이 없어지면서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고 방치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종량제봉투, 가연성 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되는 시점에서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불법 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배출자와 수집 운반·재활용·처분 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조항을 신설 및 개정하고 있으나,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처리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수집 운반 차량에 GPS, 지리정보시스템(GIS)을 달아 추적하고 관리하는 ‘폐기물 처리 현장정보관리시스템’이 정착되면 불법 처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런 수집 운반 차량에 실리지 않는 미배출신고 폐기물이나 재활용을 빙자하는 폐기물의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 향후 불법 처리 및 방치되는 폐기물의 종류 및 유형을 조사하고 분석해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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