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흔드는 日 ‘적 기지 공격 능력’[특파원칼럼/이상훈]

이상훈 도쿄 특파원 2022. 12.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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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국가 안보 전략' 문서에 명기하겠다고 발표한 1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때만 최소한으로 자위력 행사)라는 단어를 4회, 평화국가라는 말을 2회 사용했다.

우리 우려와는 별개로 서방사회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한 일본이 침략전쟁에 나설 것으로 믿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중국의 무력 강화,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로 동북아 안보 정세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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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협에 日 반격, 동북아 정세 급변
역내 평화 지킬 우리만의 억지력 절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일본 정부가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국가 안보 전략’ 문서에 명기하겠다고 발표한 1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때만 최소한으로 자위력 행사)라는 단어를 4회, 평화국가라는 말을 2회 사용했다. “전수방위를 견지하겠다” “평화국가 행보는 변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만큼 일본 내에서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공격 선택지를 처음 갖추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걸 보여줬다. 다음 날 진보 성향 도쿄신문은 ‘전수방위 형해화’라는 1면 톱기사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결정을 비판했다.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한국 일각에서는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탈바꿈할 것이며 ‘전쟁하고 싶은 나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틀렸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렇게만 해석하는 건 국제사회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억지력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보통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십 년간 이어온 행보의 연장선이다.

우리 우려와는 별개로 서방사회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한 일본이 침략전쟁에 나설 것으로 믿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한국인의 (민감하게 반응하는) 발언을 이해하지만 미국은 두 동맹이 국방력을 올려 우리의 장기 안보 목표를 지원하길 바란다”며 “일본에 대한 외부 위협과 대응책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 몫”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수년간 공들인 주변국과의 협력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2013년만 해도 일본 국가 안보 전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외 파트너들과 신뢰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며 미일 동맹의 부가적 수준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쿼드(Quad·미국 호주 인도 일본 안보협의체), 미일·호주 협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연계해 주요국과 공동 훈련, 정보보호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원활화협정(RAA)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업그레이드된 안보 협력 틀을 만들겠다고 적시했다.

중국의 무력 강화,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로 동북아 안보 정세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됐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일본이 ‘힘 대 힘’으로 맞붙는 유사(有事) 상황, 대만해협을 둘러싼 돌발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 운명이 격랑 속으로 빨려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반도 국지전 가능성이 전부가 아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항로를 거치지 않고는 무역이 불가능한 지정학적 특성은 동아시아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이럴 때일수록 한일 관계와 한반도 안보를 좁은 시야의 양자 구도가 아닌 동아시아 및 글로벌의 틀에서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억지력 확보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가 됐다. 동아시아가 글로벌 화약고로 변해 갈지 모르는 위기 국면에서 북한 도발을 막고 역내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와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스스로를 지키는 억지력 확보가 가능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한일 간 긴밀한 의사소통은 ‘한미 동맹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하느냐’고 무시할 게 아니다. 현실에 눈 감은 ‘천동설 외교’가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 지난 몇 년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배웠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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