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2] 강릉 장치찜
이번에 소개할 주인공은 표준어로는 이름도 생소한 ‘벌레문치’라는 생선이다. 이름이 낯서니 음식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주문진에 도착해 벌레문치를 물으면 ‘그게 무슨 고기래요’라고 반문한다. 장치라고 해야 ‘아하. 장치찜’이라고 반색한다. 간혹 식당 집에 장치찜 전문 집이라는 안내판도 있다.
입에 잘 붙지 않는 벌레문치는 몸에서 등지느러미로 이어지는 벌레 모양의 무늬가 여러 개 있어 붙은 이름이다. 강릉 어민들은 뱀처럼 길게 생겼다고 해서 장치라 부른다. 명태가 동해를 대표하던 시절에는 장치나 뚝지 등은 그냥 잡어였을 터다. 하물며 물컹하고 못생긴 장치를 제대로 이름을 찾아 불렀을까 싶다. 장어처럼 길어서 부르기 쉬운 장치라는 속명을 붙였을 수 있다.
사철 나오지만 겨울에 좋다. 산란철이라 살이 올라 좋지만, 무른 살이라 말리기에 겨울이 좋다. 모양새는 입이 크고 넓으며, 머리는 크고 눈은 작아 겉으로 보면 갯벌에서 볼 수 있는 망둑어를 연상케 한다. 어찌 보면 민물메기를 떠오르게도 한다. 모양이 비슷한 어류는 농어목에 등가시치나 장갱이가 있다. 특히 장갱이를 장치라고 부르기도 해서 헷갈리기 쉽다.
다 자라면 벌레문치가 장갱이보다 크다. 등가시치는 부산, 거제, 통영 등 남해안에 서식한다. 통영 사람들은 살이 많고 단단해 회로 먹고, 비린내가 없어 머리와 뼈는 미역국을 끓일 때 넣는다. 농어목에 속하니 집안은 좋은 셈이다. 일부러 장치를 잡으려고 그물을 놓지는 않는다. 가자미와 아귀 등을 잡기 위해 놓은 그물이나 끌그물에 잡혀 올라온다. 팔아서 돈을 만들기보다는 꾸덕하게 말려서 찜이나 조림으로 즐겼다.
특히 강원도 땅에서 나는 감자와 주문진 바다에서 잡은 장치는 환상의 조합이다. 벌레문치는 처음에는 수심 몇 백 m 깊이에서 자라지만 몸길이 1m에 이르면 1000m 내외에 깊은 바다에 서식한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이제 장치가 강원도 깊은 바다를 지키고 있다. 이번에 이름도 주민들이 부르는 장치로 올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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