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즐기는 힘[이정향의 오후 3시]
이정향 영화감독 2022. 12.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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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조지 베일리는 열두 살 때 강에 빠진 동생을 구하다가 한쪽 청력을 잃었지만 똑똑하고 낙천적이라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자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사람도 없었을 거라며 생을 마감하려고 하자 하느님이 조지의 눈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준다.
조지의 동생은 강에 빠져 죽었고, 회사는 오래전에 없어졌으며, 포터가 장악한 마을은 환락가로 전락했고, 고향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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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프랭크 캐프라의 ‘멋진 인생’
미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조지 베일리는 열두 살 때 강에 빠진 동생을 구하다가 한쪽 청력을 잃었지만 똑똑하고 낙천적이라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아버지는 주택대출조합을 설립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땅 부자인 포터는 마을 사람들에게 비싼 월세를 물게 하고,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며 그들을 가난의 악순환에 빠뜨린다.
조지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사업가지만 이윤을 남기질 않아 조지를 대학에 보내지 못한다. 조지는 4년 동안 아버지 일을 도우며 학비를 마련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뜬다. 포터가 마을을 장악하려고 하자, 대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는다. 그 대신 동생을 대학에 보낸다. 졸업 후 돌아와 형과 교대하기로 한 동생은 처가의 사업을 물려받느라 고향을 떠난다. 조지는 어렸을 때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게 꿈이었지만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마흔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조지의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한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자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사람도 없었을 거라며 생을 마감하려고 하자 하느님이 조지의 눈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준다. 조지의 동생은 강에 빠져 죽었고, 회사는 오래전에 없어졌으며, 포터가 장악한 마을은 환락가로 전락했고, 고향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단지 조지 한 명이 태어나지 않았을 뿐인데. 그가 살면서 행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가족과 이웃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내 영화 팬이라는 감독 지망생을 만났다. 20년 전 가족끼리 외출한 날, 극장 앞을 지나다가 아홉 살 꼬마 주제에 꼭 이 영화를 봐야만 한다고 떼를 썼단다. 네 식구가 모두 관람하기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던 때라 결국 아빠가 어린 딸을 데리고 극장에 들어갔고, 엄마와 동생은 밖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울컥했다. ‘힘들어도 쉬운 길을 택하지 말자. 나를 더 다그치고 조이자.’ 그 가족의 20년 전 행동이 안일해지던 나를 곧추세웠다.
삭막해진 고향을 보며 충격에 빠진 조지는 자신이 고향 때문에 희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무척 행복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부도의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돌아오자 조지는 기뻐하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닌, 무척 소중한 선물이었다. 우리에겐 불행을 견디는 힘만큼이나 행복을 깨닫고 즐기는 힘도 필요하다. 기쁜 일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도 감사하는 습관을 키우다 보면 난관이 닥쳐도 겁먹지 않고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난관도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생각보다 평탄하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조지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사업가지만 이윤을 남기질 않아 조지를 대학에 보내지 못한다. 조지는 4년 동안 아버지 일을 도우며 학비를 마련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뜬다. 포터가 마을을 장악하려고 하자, 대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는다. 그 대신 동생을 대학에 보낸다. 졸업 후 돌아와 형과 교대하기로 한 동생은 처가의 사업을 물려받느라 고향을 떠난다. 조지는 어렸을 때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게 꿈이었지만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마흔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조지의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한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자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사람도 없었을 거라며 생을 마감하려고 하자 하느님이 조지의 눈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준다. 조지의 동생은 강에 빠져 죽었고, 회사는 오래전에 없어졌으며, 포터가 장악한 마을은 환락가로 전락했고, 고향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단지 조지 한 명이 태어나지 않았을 뿐인데. 그가 살면서 행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가족과 이웃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내 영화 팬이라는 감독 지망생을 만났다. 20년 전 가족끼리 외출한 날, 극장 앞을 지나다가 아홉 살 꼬마 주제에 꼭 이 영화를 봐야만 한다고 떼를 썼단다. 네 식구가 모두 관람하기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던 때라 결국 아빠가 어린 딸을 데리고 극장에 들어갔고, 엄마와 동생은 밖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울컥했다. ‘힘들어도 쉬운 길을 택하지 말자. 나를 더 다그치고 조이자.’ 그 가족의 20년 전 행동이 안일해지던 나를 곧추세웠다.
삭막해진 고향을 보며 충격에 빠진 조지는 자신이 고향 때문에 희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무척 행복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부도의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돌아오자 조지는 기뻐하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닌, 무척 소중한 선물이었다. 우리에겐 불행을 견디는 힘만큼이나 행복을 깨닫고 즐기는 힘도 필요하다. 기쁜 일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도 감사하는 습관을 키우다 보면 난관이 닥쳐도 겁먹지 않고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난관도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생각보다 평탄하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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