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게임 체인저
새 비즈니스 창출 연대, 수도권 일극 극복 기대
이봉순 ㈔한국PCO협회 회장·㈜리컨벤션 대표
오바마는 힐러리를 어떻게 이겼을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와 정치적 업적이 없던 초선 상원의원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 후보가 벌인 전투는 대세론을 뒤엎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애초 힐러리는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이었다. 초선 상원의원 오바마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던 존재였고, 오바마는 도저히 힐러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 번도 패배해본 적이 없던 정치인 힐러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바마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다. 힐러리에게 오바마는 연설을 잘하는 풋내기 정치 신인이었고, 빌 클린턴에게는 ‘우리에게 커피나 내올 인물’이라고 치부하던 오바마가 어떻게 힐러리를 이길 수 있었을까? 그 해답으로 존 하일먼은 저서 ‘게임 체인지’에서 힐러리 혼자가 아닌 두 명의 클린턴에 대한 피로감과 정치적 변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 그리고 오바마의 혁신 의지와 정직함, 진솔함을 들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통해 생산가능 인구의 큰 감소를 경고했다. 2030년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320만 명 넘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고용시장의 83%(1744만 명)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인력수급 문제가 8년 안에 최악 상황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생산가능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다는 현실도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겐 기업생존을 위협하는 악재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60년 20.8%에서 2020년 50.1%가 됐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기업 본사 75%가량이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자원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반면 비수도권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빠져 소멸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인인 데이터센터 또한 빠르게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146개 중 59%(86개)가 이미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산업시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5G기반의 디지털 시스템이 일상화되면서 데이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돼 데이터센터가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수많은 균형발전 정책에도 수도권 과밀이 해소되기는커녕 대기업 계열사와 금융 IT 연구소 반도체공장 데이터센터까지 전부 수도권으로 집중이 이뤄지면서 지역경제 쇠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심각성은 이미 우리 모두 우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22년 동안 국제행사를 500회 이상 치러온 필자는 한 번씩 우리 도시의 미래를 밝히는 꿈의 프로젝트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얼마 전 부산에서 열렸던 창업 행사인 아시아 창업엑스포 ‘플라이 아시아’이다.
부산에서 탄생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서울로 옮길 수밖에 없는 눈물 나는 기존 시장구조를 역동적으로 바꿀수 있는 방안으로 아시아 도시간의 연대를 통해 아시아 창업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아시아 대표 창업플랫폼으로 수도권을 뛰어넘어 지역의 젊은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젊은이들이 확대된 아시아시장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부산으로 오게 하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가! 수도권으로 집중이 가속화되는 시대, 부산이 게임 체인저가 되는 기회를 만든 의지와 추진력에 온 마음으로 박수가 나왔다.
기획자 이전에 부산 시민으로서 플라이 아시아의 행사 목적 자체가 필자를 설레게 했고 자부심으로 꿈을 꾸게 해주었다. 첫 행사임에도 42개국에서 1만1933명이 참가했다. 440명의 국내·외 투자자들, 1000명이 넘는 참여 스타트업의 투자 미팅을 통해 69억 원의 투자 유치와 397억 원의 투자 검토를 이끌어낸 것은 부산에 내재된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이다.
청년스타트업조차도 서울로 가야만 하는 기존 시장에서 플라이 아시아는 그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역할을 한 게임 체인저였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있는 도시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잠재력이 높은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들이 좋은 투자자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준 훌륭한 사례로 꼽고 싶다. 부산이 아시아를 선도하는 창업 도시로 청년들이 살아 움직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서 성장을 기대하게 해주었다.
특출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부산 지역 청년들뿐만 아니라 아시아 젊은 스타트업들이 지구촌 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게임 체인저로 부산에서 탄생돼 아시아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훨훨 날아가는 것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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