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계측·기계기술 집약된 배수시설, 국민 안전 지켰다

정순우 기자 2022. 12.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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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엔지니어링 대상’ 시상식

지난 여름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차량 침수나 시설물 붕괴 같은 피해가 이어졌지만, 침수 취약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양천구에서는 오히려 별 피해가 없어 눈길을 끌었다. 2010년대 초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은 후 기반 시설을 확충한 덕분이었는데, 특히 2020년 5월 완공한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역할이 컸다.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인 대형 터널을 통해 빗물을 한강으로 빠르게 내보내기 때문에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에도 끄덕 없다. 하나의 인프라 시설물이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판’이 된 것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올해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에 선정됐고, 프로젝트를 총괄한 권준서 ㈜건화 전무는 ‘올해의 엔지니어’로 뽑혔다.

'제1회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에서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로 대상을 받은 건화의 홍경표 대표와 시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경 엔지니어링협회장, 강호인 종합심사위원장, 홍 대표, 이재완 엔지니어링협회 명예회장.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엔지니어링 업계 빛낸 6개 프로젝트 선정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제1회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 시상식을 열고 우수 프로젝트와 기술자에게 상을 수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상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엔지니어링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 만들었다.

1억원의 상금이 걸린 대상 프로젝트로 선정된 건화의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국내 최초의 대심도(지하 40m 이상) 배수 시설이다. 토목에서 전기 제어·계측, 기계 설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결과물로, 국내 방재 엔지니어링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수상으로는 천사대교, 고덕 공공하수처리시설 등 총 5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다산컨설턴트의 천사대교는 전남 신안군 일대 7개 섬을 육지로 연결하는 7.2㎞ 길이 교량이다. 이 다리가 생기면서 섬 주민들은 배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 하던 육지를 자동차로 10분대에 갈 수 있게 됐으며, 관광객도 늘었다.

동일기술공사가 총괄한 경기도 평택시 고덕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최신 건설 기법인 BIM(빌딩정보모델링)을 처음 도입한 하수 처리 시설 프로젝트다.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고, 모든 시설을 지하화해 하수처리장 특유의 악취를 차단했다. 상부 부지는 공원·체육시설로 조성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보기술단의 신월여의지하도로는 다양한 최신 공법을 적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터널 내에서 분기가 이뤄지도록 설계해 교통난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최근 국회대로 지하화 공사로 인해 일대 교통대란이 우려됐지만, 운전자들이 신월여의지하도로를 우회도로로 이용하면서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종합기술은 경기 부천시 열병합발전소에 적용한 에너지 효율화 기술로 우수상을 받았다. 발전소의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저온열까지 회수함으로써 통상 70% 수준인 발전소 효율을 91%까지 높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투르크메니스탄에 건설한 화학 제품 생산 시설로 대기업 중 유일하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열악한 운송 여건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한국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시장 개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평가

엔지니어링 대상은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첫 상인 만큼, 심사 절차도 까다로웠다. 1차적으로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사위원회가 각 프로젝트들의 기술력, 혁신성, 글로벌 경쟁력, 친환경성, 유지 관리 우수성을 평가했고, 2차 종합 평가에서는 사회 각계 각층에서 엄선한 9명의 심사위원이 기술력에 경제성, 사회적 파급 효과까지 두루 평가했다.

엔지니어링이란 교량, 도로, 공항, 플랜트 등 인프라 시설물의 사업 기획부터 타당성 조사, 설계,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공정(工程)을 아우르는 산업을 뜻한다. 프로젝트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3~12%에 불과하지만, 전체 공정의 원가와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건설·플랜트·제조업 등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의 전방(前方) 산업이어서 ‘산업 위의 산업’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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