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문 전 대통령이 잊힐 수 없는 이유

황대진 논설위원 2022. 12.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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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이젠 통계 조작 의혹까지
잘못 감추려 잊어달라고 했나
국민 잠깐 속여도 언젠가 들통
尹 정부 반면교사 삼기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려견 '마루'가 산책 도중 누워 있다(왼쪽). 문 전 대통령이 마루의 유골함을 들고 있다. /문다혜씨 페이스북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더하다. 그러나 단지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꾸미는 일은 범죄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는 분식(粉飾)이 유독 심했다. 국가 통계까지 조작한 의혹을 감사원이 조사 중이다.

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리자 취업자 증가 폭이 크게 줄고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37%나 급감했다. 그러자 통계 기준과 계산 방법을 바꾸고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말 안 듣는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탈원전을 밀어붙이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축소 조작하고 부동산 실패를 감추기 위해 집값 통계도 왜곡했다. 널리 사용되는 KB금융 통계로는 서울 아파트 시세가 4년간 두 배 가까이 폭등했는데, 문 정부는 표본 수가 극히 적은 부동산원 통계를 근거로 “14% 올랐다”고 우겼다. 부동산원 통계는 작성 과정에서 가격 급등 아파트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상승분을 줄여 입력한 정황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 정부 청와대 출신 야당 의원은 “통계 왜곡이 아니라 통계 체계 개선”이라고 우긴다. 통계는 정책의 기초다. 왜곡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그리스는 13.6%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재정 적자 비율을 6%라고 축소 발표했다가 국가 부도를 맞았다.

문 정부는 외국과 관련된 일도 분식했다.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검사 결과는 숨기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는 괴담은 퍼뜨렸다. 2019년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 파기 후 “미국의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했다”고 했는데 미국 정부는 곧장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G7 정상회담 단체 사진에서 다른 나라 대통령 모습을 잘라내고 마치 문 전 대통령이 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래 놓고 “대한민국 국격과 위상을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조작이 드러나자 “제작상 실수”라고 했다. 북한의 서해 공무원 사살·소각 사건 때는 ‘월북 몰이’를 위해 군과 국정원 첩보를 삭제했다. 유족의 자료 열람 요구를 거부하고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했다. 새 정부가 이 일을 조사하자 “무례하다”고 호통을 쳤다.

분식은 흠이나 잘못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본모습, 잘못이 드러나는 게 싫은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잊어달라고 한다. “퇴임 후 잊히고 싶다”는 문 전 대통령의 말은 ‘퇴임 후 수사나 처벌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말과 같다. 그의 ‘분식 담당자’ 탁현민 전 비서관이 “문 전 대통령은 진짜 잊히려고 엄청 노력할 것이다. 퇴임 후 그를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걸고넘어지면 물어버릴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은 ‘잊힌 문재인’을 만들기 위해 대선에 지자마자 검찰 수사권부터 빼앗았다. 검찰 대신 감사원이 문 정부 잘못을 지적하자 ‘감사완박’법을 만든다고 한다. 민간인이 된 전 정부 공직자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이 법은 누가 봐도 문 정부 방탄법이다. 국민을 속이고, 거짓이 드러나면 아니라고 우긴다. 우겨도 안 되면 법을 바꿔서 수사나 처벌을 못 하게 한다. 잊을 만하면 이런 일이 반복되니 국민이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온갖 ‘쇼’와 분식으로 국민을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돼있다.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윤 정부가 이것만 지켜도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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