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록스타였을 베토벤… ‘음악의 神’ 선입견 깨지길”
작가 쿤체·작곡가 르베이 인터뷰
모든 것은 베토벤(1770~1827)이 남긴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됐다.
1월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하는 뮤지컬 ‘베토벤’은 불멸의 사랑 이야기다. 베토벤이 남긴 유품 가운데 발견된 연애편지가 씨앗이 됐다. 최근 방한한 작가 미하엘 쿤체(79·독일)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77·헝가리)는 “베토벤이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줄 몰랐기 때문에 모두가 놀랐다”며 “뮤지컬은 그 이야기를 베토벤 음악에 실어 보내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비창’ ‘월광’ ‘운명 교향곡’ 등 베토벤 음악을 현대적으로 편곡해 사용한다.
“베토벤 음악을 동시대와 연결하고 싶었다. 왜 한국에서 초연하냐고? 유럽에서 베토벤은 신화와 같아 뮤지컬로 올리는 건 금기(禁忌)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가창력과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과 초연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뮤지컬 ‘베토벤’은 어린 시절 학대당한 상처를 가진 베토벤이 예술을 사랑하는 여인 토니 브렌타노와 나누는 사랑을 통해 치유받고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 박효신·박은태·카이가 베토벤을, 조정은·옥주현·윤공주가 토니를 나눠 맡는다. 쿤체와 르베이는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함께 성공시킨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대표 엄홍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했다.
“베토벤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 뮤지컬은 성공한 록스타 같은 존재였을 40대 초반의 베토벤을 보여준다. 놀림을 받으며 자란 그는 음악적 재능으로 존경받았지만 외로웠다. 아웃사이더라서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데 청력 상실이라는 삶의 위기 한복판에서 토니를 만난다. 그때부터 베토벤은 갈채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진실로 내면에서 음악을 길어 올렸다고 생각한다.”(쿤체)
“내가 신중하게 고른 음악들은 베토벤 원곡들의 선율 위에서 움직인다. 베토벤의 영혼과 감정이 그곳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곡가로서 내 목표는 베토벤 음악이 클래식이 아니라 모던하게 느껴지고 공감을 얻는 것이다. 록스타를 보듯이 베토벤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르베이)
이 뮤지컬의 대표곡은 ‘사랑은 잔인해’. 베토벤이 인생의 변곡점이 된 토니를 만난 후 경험하는 폭풍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아냈다. 토니가 프라하의 다리 밑에서 부르는 ‘매직 문’도 아름답다. 르베이는 “뮤지컬 음악에 익숙한 관객은 클래식 음악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클래식 애호가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호기심이 생길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했다.
극작과 작사를 맡은 쿤체는 “베토벤이 편지를 쓴 여인의 정체는 역사적으로 정확히 고증되진 않았다”면서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가지고 있던 베토벤이 결혼한 귀족 신분이었던 토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베토벤을 연기할 한국 배우들에 대해 묻자 “박효신, 박은태, 카이는 우리에게 최고의 아티스트”라며 “10년 넘게 봐 왔는데 노래뿐 아니라 연기와 몸짓 하나하나가 정말 최고의 기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야기와 음악은 우리가 짓지만 작품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다. 전 세계에서 그런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주 어려운 노래도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구상부터 제작까지 11년이 걸렸다. 쿤체와 르베이는 “뮤지컬 ‘베토벤’은 상처 받은 영혼을 지닌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변화하고 구원받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작가·작곡가 콤비로 호흡을 맞춘 지는 거의 50년. “결혼한 부부 사이 같다고?(웃음) 의견이 달라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조율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전적으로 존중한다. 우린 서로에게 베스트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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