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내란 선동… 검찰은 기소하라”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2. 12. 21.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하원 ‘1·6 특위’ 법무부에 권고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하원 ‘1·6사태 조사 특별위원회’의 마지막 청문회에서 지난해 1월 2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브래드 래펀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이 나눈 통화 내용이 재생되고 있다. 당시 트럼프는 대선에서 1만1000여 표 차이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조지아주를 뺏기자 래펀스버거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1만1000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PA 연합뉴스

미 연방 하원의 ‘1월 6일 미국 의사당 공격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1·6 특위)가 1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란 선동, 국가 기만 음모, 의회 업무 방해, 허위 진술 공모 등 4가지 연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의회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소추를 권고한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 법무부가 의회의 기소 권고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기에 법무부는 이날 1·6 특위의 권고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회의 전례 없는 기소 권고가 지난달 15일 이미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최종 인증하기 위한 연방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린 작년 1월 6일, 미 전역에서 워싱턴DC로 집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창문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난입해 본회의장 등을 점거했다. 미국 의사당이 공격당한 것은 1814년 미·영 전쟁 당시 영국군이 워싱턴 DC를 공격해 의사당에 불을 지른 후 약 200년 만이었다. 작년 6월 연방 하원은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 사태를 ‘국내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규정하고 특위를 구성해 관련 사실과 정황, 원인을 조사하는 하원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구성된 1·6 특위는 2020년 대선 번복을 위해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연방 및 주(州) 법원에 제기한 60건 이상의 소송 결과를 분석했다. 9번의 공개 청문회를 열고 70명 이상의 증언도 공개했다. 이날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도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호프 힉스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증언 영상이 공개됐다. 힉스는 트럼프에게 “(선거 부정 주장이) 재임 시 업적을 훼손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지만, 트럼프는 “내가 (대선에서) 진다면 누가 내 유산에 신경 쓰겠냐. 오직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7명, 공화당 의원 2명으로 구성된 특위 위원들은 이런 증언과 증거를 토대로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권고하는 최종 보고서를 이날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일반에 공개된 요약본에서 특위는 “1월 6일 사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 사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며 “그(트럼프)가 없었더라면 1월 6일 그 어떤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위는 트럼프와 최측근들이 선거 전부터 ‘일단 승리를 선언하고 보자’는 식의 계획을 세웠고,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허위 정보를 계속 유포했다고 봤다. 또 선거 결과를 번복하기 위해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의회가 폭력 점거된 후에도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혐의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1·6 특위는 보고서에 증인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의사당 점거 후 여러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폭도들을 해산시켜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는데도 트럼프가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휴대전화에 입력된 메시지도 분 단위로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기소되든 안 되든, 이 (특위의 기소 권고) 조치에는 그가 미래에 다시 집권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특위의 노력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미 1·6 사태를 선동한 혐의와 퇴임 시 국가기록원에 이관했어야 할 안보 관련 기밀 문서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사저에 보관하고 있었던 혐의를 받아 연방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트럼프가 지난달 15일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미국 법무부는 사흘 후 잭 스미스 전 검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여기에 더해 1·6 특위도 기소를 권고하자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이 사람들은 그들이 나를 공격할수록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은 내 주변으로 모여든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나를 죽이지 않는 것들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썼다. 트럼프 캠프 측은 특위가 “미국인들의 지능을 모욕하고 미국 민주주의를 조롱거리로 만든다”는 성명을 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