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노조 혐오’ 누가 만들었나
화물연대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가 연일 노동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파견 제도 개편 등 굵직한 노동 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고, 성역으로 여겨지던 노조의 돈 문제도 손을 댈 분위기다. 정부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다. 노조들이 정권 차원의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의 강공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노동 문제는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해관계가 대단히 복잡한 특수성이 있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어느 한쪽을 찍어 누르기만 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들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다. ‘노조 혐오’, 정확히는 ‘민주노총(민노총) 혐오’ 정서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는 현 정부 지지자뿐 아니라, 야당 성향 국민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MZ세대가 더 두드러진다.
민노총 사람들은 이런 혐오 정서가 ‘정권의 여론전’이나 ‘보수 언론의 왜곡된 기사’ 때문이라고들 한다. 남 탓을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노동 분야를 취재하며 “노동을 알면 알수록 반(反)노동 인사가 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노동계를 들여다보면 그 속의 문제점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기사가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거나, 조직 이익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공격하고, 집행부의 치부나 전략 실패를 숨기기 위해 팩트를 왜곡하거나 조합원들에게 ‘언론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숱하게 봤다. ‘주한 미군 철수’를 외치는 시대착오적 친북 성향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과 일반 조합원들에게 퍼진 반감은 이런 일이 차곡차곡 쌓이며 생긴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는 민노총의 정책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민노총은 자신들과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친기업·반노동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며 당위성만 내세우는 주장을 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반노동’으로 몰아가는 일을 반복한다. 차분하게 설득해야 하는 일에 핏대만 높이는데, 이런 식으로는 국민이 민노총 편이 될 수 없다.
민노총 내부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판 목소리가 나오면 ‘수정주의자’ ‘변절자’ 딱지를 붙인다. 민노총 지도부가 처지 열악한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자기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거나 상대 정파를 죽이는 데 썼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노총은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산물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민주 노조 운동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민노총은 심각하게 곱씹어 봐야 한다. 진영 논리에 따라 민노총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감싸고만 돌았던 진보 진영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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