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기대에도 관객 반토막… 머리 싸매는 ‘개봉일 눈치싸움’

손효주 기자 2022. 12.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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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영화계 결산-새해 전망
코로나 전 2억명서 올해 1억명
‘범죄도시2’만 1000만 넘기고 ‘한산’ 등 한국 작품 빅4 부진해
손익분기점 넘어선 영화 8편뿐… 내년 외화 대작 쏟아져 더 시름
올해 국내 극장가 분위기는 ‘짧고 굵게 끝난 보복 관람’ ‘긴 보릿고개’로 요약된다.

할리우드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한국 영화 ‘범죄도시2’가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풀린 직후인 5월 4일과 18일 잇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팬데믹 2년여간의 절망을 딛고 부활하는 듯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전 예매량만 100만 장을 넘기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뒤이어 ‘범죄도시2’가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보복 관람’ 효과는 반짝 수준이었다. 여름 시장을 겨냥해 개봉한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헌트’ ‘외계+인’까지 한국 영화 ‘빅4’의 성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한산: 용의 출현’이 선전했지만, 72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대표 스타 감독인 한재림 최동훈이 각각 연출한 ‘비상선언’과 ‘외계+인’은 관객이 각각 200만 명, 154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스타 감독은 물론이고 송강호 이병헌 등 천만 배우를 내세운 마케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평일 기준 1만4000원으로 오른 관람료에 올해 한국 관객들은 역대 가장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빅4’ 대전이 극장가 판을 키우기는커녕 파이 나눠 먹기 경쟁으로 마무리되면서 가을 극장가는 한겨울처럼 얼어붙었다.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117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면서 손익분기점(220만 명)을 한참 밑돌았다. 코미디 여왕 라미란을 내세운 ‘정직한 후보 2’를 비롯해 ‘압꾸정’ ‘데시벨’ ‘자백’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올빼미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건 19일 기준으로 292만 명을 모은 ‘올빼미’를 비롯해 ‘육사오’ ‘마녀2’ ‘공조2: 인터내셔날’ ‘헤어질 결심’ 등 8편에 불과하다. 팬데믹 이전인 2018년 16편, 2019년 18편에 비하면 올해 극장가가 얼마나 심각한 보릿고개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탑건: 매버릭
외화도 다르지 않다. ‘탑건: 매버릭’(818만 명)과 ‘닥터 스트레인지…’(588만 명)를 제외하면 ‘토르: 러브 앤 썬더’(271만 명),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10만 명), ‘더 배트맨’(90만 명) 등 할리우드 대작이 줄줄이 한국에서 쓴맛을 봤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19일 현재까지 1억565만 명. ‘아바타: 물의 길’의 공세가 이어지고 천만 감독 윤제균의 ‘영웅’이 21일 개봉하는 것을 계기로 연말 관객이 더해지더라도 줄곧 2억 명을 넘긴 2013∼2019년의 영광을 되찾긴 어려워 보인다.

한산: 용의 출현
이런 분위기 탓에 새해 한국 영화 개봉은 더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개봉이 확정된 한국 영화 대작은 ‘한산: 용의 출현’ 후속편 ‘노량: 죽음의 바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피랍’, 설경구 박해수 주연의 ‘유령’, 류승완 감독의 ‘밀수’ 등이다. 배급사 내부에선 개봉할 대작을 확정했더라도 변수가 많아 이를 공개하는 데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내년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등 세계를 휩쓴 대작 속편 개봉이 확정돼 이를 피해 개봉하는 것도 숙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도 내년 7월 개봉한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줄어든 관객 수가 변수였다면 내년엔 이를 상수로 놓고 개봉 전략을 짜야 한다”며 “개봉일을 결정하고 개봉작을 공개하는 데 올해보다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에 걸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확신이 없는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바로 판매하는 사례가 내년부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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