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크리스마스의 선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울음을 뚝 그치게 하는 마법 같은 말이다. 그만큼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힘이 세다. 세계 각국 아이들이 소원을 담은 편지를 산타가 산다는 ‘핀란드 로바니에미’로 보내면, 산타 마을에선 12월 23일 선물 전달을 위한 ‘산타 출정식’이 열린다.
먼 나라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선물 준비로 바쁜 산타가 주변에 많다. 우리나라에 크리스마스는 1884년 선교사의 소개로 들어와, 선물 풍습과 산타의 존재가 교회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회에는 진귀한 모습을 구경하려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조선 왕실에서는 백성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해진 뒤인 189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명성황후가 주치의인 언더우드 여사를 불러 선물을 주고받았다. 언더우드 여사는 궁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처음 선보였고, 명성황후는 푸른 벨벳을 두른 가마에 옷감과 식품을 가득 채워 선물했다.
1934년 12월 25일 자 조선일보에는 “예수가 나신 날 질거운(즐거운) 크리스마스, 서양서는 설보다 크게 세는(쇠는) 명절”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고 선물이 교환되며, 꼭 종교만이 아니라 취미”라 하고는, 산타클로스를 “붉은 옷 입고 흰 수염을 날리며 선물 주는 영감”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일제는 행사를 금하고 일본군에게 크리스마스 위문품을 보내게 했다. 해방 후 공휴일로 지정된 크리스마스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도 밤샘 문화가 허락된 축제 같은 날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새벽 송 소리도 아득해졌고, 흥겹던 캐럴 소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달라졌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의 사랑을 기리는 날이다. 하지만 삶에 지친 모든 이에게 같은 의미일 수는 없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크리스마스 휴전’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두의 크리스마스에 평화와 사랑이 깃들고 축복이 가득하길 소망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울고 있는 시린 마음에도 온정이 닿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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