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 보내는 응원”

이태훈 기자 2022. 12.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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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 보고회
김은숙 작가 최초의 19禁 스릴러
20일 제작 보고회에 참석한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주연 송혜교(왼쪽)와 김은숙 작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을 써온 작가 특유의 말맛 나는 대사가 학폭 피해자의 복수극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뉴스1

“어느 날 딸이 묻더군요. ‘근데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저를 스쳐갔어요.”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달달한 로맨스 색 짙은 작품을 흥행시켜온 김은숙(49) 작가가 ‘학교 폭력 복수극’으로 돌아온다.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그는 20일 열린 제작 보고회에서 “곧 고2가 되는 딸을 둔 제게 학교 폭력 (이하 ‘학폭’)은 늘 가까운 화두였다”고 했다. 이날 제작 보고회에는 김 작가와 안길호 감독,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이 참석했다.

“학폭 피해자 글을 많이 읽었어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하더군요. ‘사과로 뭘 얻지?’ 생각하다 깨달았어요. ‘아,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 싶은 거구나. 폭력의 순간에 잃어버렸던 인간의 존엄, 영광 같은 것을.’ 그대로 드라마의 제목이 됐습니다.”

김 작가는 첫 장르물 도전 소재로 ‘학폭’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 작품은 모든 폭력 피해자들께 드리는 응원”이라고도 했다. “사실 여고생 딸과의 생활은 매일매일이 ‘존 윅’ 아니면 ‘테이큰’이에요. 알콩달콩할 겨를이 없으니, 온갖 험한 얘기 다 쓸 수 있겠더라고요, 하하.”

‘더 글로리’는 고교 시절 학폭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부서진 한 여성이 인생을 걸고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를 완성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문동은’을 맡은 송혜교의 극중 복수는 처절해서 더 쓸쓸하다. 이전에 보여준 적 없던 모습이다. 그는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다. 대본 읽으며 너무 마음이 아팠고, 한동안 멍했다”고 했다. “불쌍하기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니터하며 ‘내게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 싶을 때마다 희열을 느꼈습니다.”

김 작가는 “촬영된 걸 보니 사석에서 본 송혜교 배우는 없고 모든 신이 ‘문동은’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아, 이 사람과 원한이 생기면 안 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혜교씨 전화는 벨 두 번 울리기 전에 얼른 받고 있습니다, 하하.”

배두나·조승우 주연 ‘비밀의 숲’ 등 장르물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안길호 감독은 “학폭 피해를 다루는 만큼 제작진은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고 했다. “이야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중력 있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가려 노력했어요. 저와 배우들은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가 내릴 수 있도록요.”

김은숙 작가는 ‘19금’이 붙은 드라마도 처음이다. “법 체계 밖에서 이뤄지는 사적 복수 이야기니까요. 그걸 실행하는 주인공의 철학이 ‘19금’이어야 했어요. 잘 판단할 수 있는 어른들이 봐야 하니까요.” 작가는 “실은 그래서 좀 더 자유로웠다. 내 속의 어두움, ‘다크 은숙’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더 글로리’는 30일 파트1(8화)이, 내년 3월 파트2(8화)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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