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 보내는 응원”
김은숙 작가 최초의 19禁 스릴러
“어느 날 딸이 묻더군요. ‘근데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저를 스쳐갔어요.”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달달한 로맨스 색 짙은 작품을 흥행시켜온 김은숙(49) 작가가 ‘학교 폭력 복수극’으로 돌아온다.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그는 20일 열린 제작 보고회에서 “곧 고2가 되는 딸을 둔 제게 학교 폭력 (이하 ‘학폭’)은 늘 가까운 화두였다”고 했다. 이날 제작 보고회에는 김 작가와 안길호 감독,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이 참석했다.
“학폭 피해자 글을 많이 읽었어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하더군요. ‘사과로 뭘 얻지?’ 생각하다 깨달았어요. ‘아,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 싶은 거구나. 폭력의 순간에 잃어버렸던 인간의 존엄, 영광 같은 것을.’ 그대로 드라마의 제목이 됐습니다.”
김 작가는 첫 장르물 도전 소재로 ‘학폭’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 작품은 모든 폭력 피해자들께 드리는 응원”이라고도 했다. “사실 여고생 딸과의 생활은 매일매일이 ‘존 윅’ 아니면 ‘테이큰’이에요. 알콩달콩할 겨를이 없으니, 온갖 험한 얘기 다 쓸 수 있겠더라고요, 하하.”
‘더 글로리’는 고교 시절 학폭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부서진 한 여성이 인생을 걸고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를 완성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문동은’을 맡은 송혜교의 극중 복수는 처절해서 더 쓸쓸하다. 이전에 보여준 적 없던 모습이다. 그는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다. 대본 읽으며 너무 마음이 아팠고, 한동안 멍했다”고 했다. “불쌍하기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니터하며 ‘내게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 싶을 때마다 희열을 느꼈습니다.”
김 작가는 “촬영된 걸 보니 사석에서 본 송혜교 배우는 없고 모든 신이 ‘문동은’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아, 이 사람과 원한이 생기면 안 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혜교씨 전화는 벨 두 번 울리기 전에 얼른 받고 있습니다, 하하.”
배두나·조승우 주연 ‘비밀의 숲’ 등 장르물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안길호 감독은 “학폭 피해를 다루는 만큼 제작진은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고 했다. “이야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중력 있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가려 노력했어요. 저와 배우들은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가 내릴 수 있도록요.”
김은숙 작가는 ‘19금’이 붙은 드라마도 처음이다. “법 체계 밖에서 이뤄지는 사적 복수 이야기니까요. 그걸 실행하는 주인공의 철학이 ‘19금’이어야 했어요. 잘 판단할 수 있는 어른들이 봐야 하니까요.” 작가는 “실은 그래서 좀 더 자유로웠다. 내 속의 어두움, ‘다크 은숙’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더 글로리’는 30일 파트1(8화)이, 내년 3월 파트2(8화)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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