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오래 가지면 승리? 16강 4팀이 볼 점유율 38% 안돼

이영빈 기자 2022. 12.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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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점유율 14%로 스페인 꺾어
4위 모로코도 모든 경기 20~40%
역습 기회 노리거나 수비로 승부

지난 2일 일본과 스페인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일본이 2대1로 이기면서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경기였다. 공은 경기 내내 스페인에 있었지만 골은 일본이 더 많이 넣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일본은 점유율이 14%, 스페인은 78%였다. 월드컵 역대 승리 팀 중 가장 낮은 점유율이라고 한다. 일본은 대회 내내 점유율을 포기하고 역습으로 승부를 보면서 성과를 냈다.

일본만이 아니었다. 4강 진출에 성공한 모로코는 모든 경기에서 점유율이 20~40% 정도였다. 그럼에도 프랑스와 4강에서 맞붙기 전까지 5경기에서 1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한 몸처럼 움직이는 모로코의 강력한 수비는 벽과 같았고, 상대 팀들은 아무리 두드려도 뚫리지 않았다.

지금껏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얼마나 공을 오래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갈렸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 2014 브라질 대회를 제패했던 독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역습 위주 축구로 우승을 거머쥐면서 세계 축구 흐름이 바뀌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점유율을 포기하는 대신 승리를 거머쥔 팀들이 대거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평균 점유율이 38% 미만인 6개 팀 중 4개 팀(모로코·일본·폴란드·호주)이 16강에 진출했다. 이란과 코스타리카도 조별리그 통과의 문턱까지 올랐다.

반면 매 경기 50%가 넘은 점유율을 기록한 15개 팀 중 16강에 진출한 건 9개 팀뿐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 때 점유율 50%가 넘는 13개 팀 중 11개 팀이 16강에 진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점유율 60%가량을 기록한 독일과 덴마크는 둘 다 이변의 희생양으로 침몰했다.

점유율 축구가 몰락한 이유로는 짧은 월드컵 준비 기간이 1순위로 꼽힌다. 유럽축구 시즌이 한창인 11월에 열린 탓에 손발을 오래 맞춰야 하는 점유율 축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미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공을 많이 가지지 않는 팀이 예전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약팀도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인 강팀을 무너뜨릴 기회가 더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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