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자유’, 누구를 위해 외칩니까

이기수 기자 2022. 12.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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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도, 서쪽 하늘은 붉다. 낙조와 상념이 포개진다. 해를 넘는 일이 줄지어서일 게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대통령 사과와 문책이 그렇다. 이재명·문재인 청와대·김건희 수사가 그렇고, 영수회담이 그렇고, 화물차 안전운임제·노란봉투·건보 국고지원·차별금지·공영방송 지배구조 입법이 그렇다. 어느 12월이 다를까마는, 답 없는 번뇌와 울화로 가는 해를 놓지 못하는 이가 저리 많다.

이기수 논설위원

허허로운 세밑, 윤석열 대통령의 눈빛은 다르다.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 지난 13일 대통령은 모골이 오싹해지는 말을 했다. 뉴욕의 ‘이××’ 발언 보도를 ‘거짓 선동’으로, 안전운임제를 요구한 물류파업을 ‘협박’으로, 예산·세금 전쟁하는 야당을 ‘협치 불가’ 세력으로 겨눈 듯하다. 그 말대로면, 언론사·노동자·야당이 제거하려는 ‘자유’는 곧 ‘대통령’이다. 정치입문 화두로 삼은 자유가 1년 만에 피아를 가르는 정권의 철갑 방패로 둔갑했다. 그뿐 아니다.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던 그의 취임사로는 야권만 총공격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설명할 수 없다. 법치 탈을 쓴 인치다. “쉽잖을 민생보다 이재명 잡고 역사전쟁부터 하라”는 보수논객 글을 따른 것일까. 화물연대 무대화 진압 후 보수 쪽 지지율이 좀 올라서일까. 윤석열의 자유는 세 방향의 광풍이 되어간다.

①헌법 곡해 = 대통령이 MBC의 전용기 탑승을 차단하며 “헌법 수호”라고 했다. 궤변이다. 쟁의절차를 법대로 거친 화물연대 파업을 “범죄행위”라 한 것도 뜻밖이다. 사용자이기도 한 정부가 노조 회계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호통치면 파르르 떠는 검사방 피의자와 사실보도·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노동자는 다르다. 언론자유와 노동3권을 명시한 헌법을 짓뭉개는 발상이다. 그런 대통령이 야당이 헌법대로, ‘국민 다수 뜻’으로 의결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은 뭉갰다. 입맛대로 헌법을 독단하고 편식하고 있다.

②줄푸세 시즌3 = 대통령이 짚은 국정과제 모토는 자유·연대·법치다. 법인세와 다주택자·주식 세금을 내리고, 공공임대를 줄이고, ‘문재인케어’를 폐기하고, 주 69시간 근무의 길도 열겠다고 했다. 역사적으론, 매달 넷째주 토요휴무제(2002년)→주 5일 근무제(2004년)→주 52시간제(2020년)로 한발씩 디딘 ‘저녁 있는 삶’의 꿈이 다시 후진한다. 윤석열표 정책은 친부자·반노동·저복지이고, 갈라보면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였다. 저작권도 ‘이명박근혜’에 있으니, 그가 발광체는 아니다. 낙수효과 또 없고 협치 겉돌면 간판 걸어놓고 공회전하는 ‘줄푸세 시즌3’가 될 수 있다.

③“조직폭파” 인사 =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이 7000개 안팎이다. 한국갤럽의 취임 6개월 정책 평가에서 인사(19%)는 극저점을 받았다. 검찰·김앤장·학연·정실 인사가 불러온 여파다. 세밑엔 5·18과 4·3을 폄훼하고 유신을 찬양한 진실화해위원장 문제로 시끄럽다. 과거사 왜곡과 인권 탄압을 바로잡을 수장으로선 결격자다. 오죽하면 해체하러 들어간 여가부 장관, ‘반노조’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에 이어 세번째 ‘조직폭파 인사’란 말이 돌까. 대통령이 구설 많은 수석들에게 훈장 주려다 접고, 관치금융·낙하산 뉴스도 꼬리 문다. 자유의 남용이고 내로남불이다. “그런 일 않겠다”고 정권 달라 했던 거 아닌가.

대선 연장전이 길다. 대통령은 화난 얼굴만 남고, 공직자는 몸 사리고, 세상은 확증편향이 커졌다. 이 겨울과 봄, 대통령 품속의 친윤과 비윤이 승부를 겨룬다. 검찰이 칼 뽑으면, 이재명도 ‘사즉생’으로 맞서야 할 게다. 윤석열 정부 1년 성적표는 5월부터 숫자로 나온다. 이 모든 걸로 총선은 시작되고, 윤석열의 줄푸세와 검찰도 시험대에 같이 오른다.

임인년이 저문다. 스산하다. 경제·일자리·생계 다 고되면 떠오를 게 뭘까. 각자도생이다. 배고픈 자에겐 달도 빵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치는 답이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헌법적 책무인 ‘국민통합’을 취임사에서 빼고 지금도 말하지 않는다. 난세다. 집권 첫해, 대통령 글을 다섯번 썼다. 다들 먹고살 만하냐고(7월),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냐고(8월), 국민을 이기려 하냐고(9월), 성군의 꿈 접었냐고(10월), 참 좀스럽다고(11월)…. 표현은 독해도 뭐 하나 유의하길 바랐으나, 마이동풍이다. “허물 고치라(過而不改)”는 교수들 말도 그럴 성싶다. 정치가 돌아오고, 민생이 웃고, 대통령 글을 쓰지 않는 새해이길 소망한다. 그렇게 될까. 그래서 묻는다. 대통령은 누구를 위해 자유를 외칩니까.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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