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조국을 떠나고 싶은 이는 없다

기자 2022. 12.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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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일주일 일정으로 핀란드 현지조사를 다녀왔다. 핀란드 무슬림 난민 및 이주민 현황과 공교육 내 이슬람 종교교육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핀란드 내무부 자료에 의하면 난민과 망명 신청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는 난민위기 이후 사상 최대인 3만2000명이 넘는 망명 신청자가 발생했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보호 신청자 수가 증가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특히 무슬림 이주민과 난민들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1980년대 말부터 구소련에서 온 소말리아 무슬림 이주민을 시작으로, 2010년 이후 아랍의 봄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난민들의 수가 증가하였다. 2만명 넘는 이라크 출신 이주민들과 8000명 넘는 아프간 난민들이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핀란드 공교육 현장과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에서도 이에 맞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핀란드 기초교육 과정 종교교육은 특정 종교의 선교에 목적이 있지 않다. 종교교육은 세계관과 가치관 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종교에 대해 배우거나, 종교가 없는 학생들은 윤리교육을 받는다. 대부분의 핀란드 학생들은 루터파 기독교를, 최근 그 수가 증가한 무슬림 학생들은 이슬람을 ‘학문’으로 배운다. 이슬람 종교교육은 1980년대 중반 헬싱키의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약 2%의 학생들이 이슬람 교육을 받는다. 주목할 것은 종교교육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종교뿐 아니라 불교, 유대교, 힌두교 등 타 종교에 대해서도 배운다는 것이다. 핀란드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다른 종교와 가치관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한국 내 무슬림 이주민과 선주민의 갈등 상황을 고백하는 나에게 한 교감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변화는 언제나 어렵지요. 핀란드 사회도 처음에는 꽤 많은 반대에 부딪혔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데 탁월해요. 이렇게 다른 종교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훗날 학생들에게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어요. 바로 이 다양성이 우리 사회의 강점입니다.”

물론 핀란드 사회 내에서도 이슬람과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과 이주민들에 대한 국제 보호 규정에 따라 무상교육과 주택 지원 등 다양한 복지정책이 제공된다. 교육기관에서 만난 한 아프간 남성은 핀란드에서 난민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행운이라는 나의 말에,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당신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를 거예요.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잖아요. 난민이 되어 조국을 떠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란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페르세폴리스>의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저는 자유를 찾아 조국을 떠났어요. 그 누구도 재미로 조국을 떠나는 이들은 없어요. 누구나 모국과 조국의 음식을 사랑하죠. 만약 떠나야 한다면,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신의 핀란드 생활을 전해준 그 아프간 난민에게 나의 ‘안전한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스크 건설 현장의 ‘돼지머리 사건’ 등에 대해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너무 부끄럽고 참담했기 때문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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