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인예산제와 자기주체성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예산과 사회서비스 공급기관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음에도 장애인복지 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일방통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및 삶의 주체성을 제한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애 관련 정책은 대부분 장애를 의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관련 정책은 생계지원, 시설지원 등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보충적 복지정책'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의 만족도와 복지 체감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원 할당의 공공성을 높이면서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제고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로 개편하기 위한 정책 수립, 즉 개인재산 제도의 실행이 필요하다. 2007년 장애인 활동 보조제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이용권(바우처)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전 현물 서비스 대비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은 다소 증진됐지만, 이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독일,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사회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이용자인 장애인의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대안으로 개인예산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이용자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직접지불제도(Direct Payments), 개인예산제도(Personal Budgets)등과 같은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cash for care)를 실시하고 있다.
개인예산제도는 사회서비스 급여의 이용에서 이용자의 선택과 통제를 극대화하는 개별적 예산운용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이용자는 급여의 사용처와 사용량을 본인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서비스 급여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용자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급한다.
이처럼 개인예산제도는 예산 사용에 있어 이용자 주도를 최우선시하는 제도로, 장애인 당사자별 욕구 평가에 기반하여 예산을 설계 및 할당, 집행한다. 따라서 자원 할당의 주체는 공공이 맡고 공급자는 옹호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선택과 통제권을 가지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며, 서비스는 표준화된 형태에서 벗어나 유연화한다.
이에 장애인개인예산제도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현재 정부에서는 장애인 대상 서비스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서비스 총량 범위 내에서 장애인 선택에 따른 지원이 이뤄지는 '개인예산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갈 계획이다. 모델개발, 모의적용 연구 등을 거쳐 2024년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 또한 2024년 '서울시 장애인 개인예산제도 시범사업' 실시를 목표로 개인예산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외 사례를 고찰하고, 실행 모형 및 전달체계에 수립에 대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취합하여 서울형 개인예산제도 시범사업 모델을 수립하는 연구를 학계 및 현장 전문가와 진행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서비스 이용자의 자기결정권 및 서비스 선택과 통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장애 관련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향후 시범사업 수행과 관련 법률의 신속한 제·개정 또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개인예산제도는 개별유연화에 기반하여 개인의 서비스 선택권 및 통제권, 자기결정권의 보장이 핵심이다. 서울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될 장애인 개인예산제도의 성공적 도입 및 정착을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기결정 및 선택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받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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