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엄혹한 시기 생명사상 움틔워”

김용출 2022. 12. 2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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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는 1975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자마자 '고행-1974'를 언론에 발표해 "인혁당 사건은 정부 당국의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고 폭로한 뒤, 곧바로 재수감됐다.

"시인은 그때 밥 몇 톨을 창문틀에 올려놨습니다. 이 밥을 먹기 위해 새들이 날아왔죠. 그는 날아온 새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새들이 밥때만 되면 미리 날아왔지요. 창문틀에서 자라난 풀과도 대화했어요. 엄혹한 독재 정권의 차가운 감방에서 그의 생명 사상이 싹터 나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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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실천재단, 추모문집
“고인의 생전 주요 활동 담아”

시인 김지하는 1975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자마자 ‘고행-1974’를 언론에 발표해 “인혁당 사건은 정부 당국의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고 폭로한 뒤, 곧바로 재수감됐다. 그는 그해 8월 옥중에서 ‘양심선언’을 발표하며 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다.

박정희 정권은 그가 수감돼 있던 감옥의 15개 방 전체를 비우고 다른 수감자들과 통방을 하지 못하게 했다. 독서와 운동, 접견이 금지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감시하는 한편 교도관도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두 사람씩 배치했다. 말과 글로 존재를 증명해온 시인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것도.

“시인은 그때 밥 몇 톨을 창문틀에 올려놨습니다. 이 밥을 먹기 위해 새들이 날아왔죠. 그는 날아온 새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새들이 밥때만 되면 미리 날아왔지요. 창문틀에서 자라난 풀과도 대화했어요. 엄혹한 독재 정권의 차가운 감방에서 그의 생명 사상이 싹터 나온 겁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추모 문집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모시는사람들)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 시인을 이같이 기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이사장을 비롯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임진택 명창, 염무웅 문학평론가 등이 참석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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