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93] 크리스마스의 기적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좋아요. 인정 많고 관대하고 자선을 실천하는 즐거운 때죠. 사람들 모두가 일 년 내내 닫혀 있던 마음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들이 다른 길을 가는 이방인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함께 걷는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때잖아요. 성탄절이라고 해서 주머니에 동전 한 푼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는 좋은 날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중에서
‘전국 장애인차별철폐 연대(전장연)’가 1년 가까이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2004년까지 지하철역에 리프트를 설치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해결 못 하는 시의 입장도 있겠지만 몸이 불편한 분들의 외침은 안타깝다. 하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건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다.
인간은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장애를 얻을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걷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따라서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현재 건강한 사람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다만 건강을 잃기 전에는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고, 늙기 전에는 젊음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다며 화내는 사람보다 좋다, 괜찮다, 웃는 사람 곁에 머물며 그런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것도 사람의 마음이다.
수금은 안 되고 청구서는 밀려있고, 나이만 먹고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가 무슨 소용이냐고 불평하는 스크루지에게 조카는 손해와 이익을 따지지 말고 성탄절만이라도 행복을 느껴보라고 말한다. 멍청한 소리 집어치우라고 불평했지만 하룻밤 사이, 기적이 일어나고 스크루지는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
세상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쪽과 저쪽의 요구와 주장이 늘 대립한다. 성탄절 하루만이라도 갖지 못한 것을 소원하는 대신 가진 것에 감사하는 기도만 가득하기를. 어느 쪽 바람을 들어줘야 하나, 고민하지 않고 신도 행복하기를. 그런 신의 축복으로 모두의 마음이 평온하기를. 그것이 크리스마스의 진짜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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