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9단' 민주당 복당…박지원 향한 기대와 우려

송다영 2022. 12.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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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씨앗" vs "야권 스피커 역할" 당내 엇갈린 관측
비대위원장·총선출마설 등 벌써부터 소문 '모락모락'

'정치9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016년 탈당 후 근 7년만에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박 전 원장 복당을 놓고 당내 이견이 있었던 만큼 기대와 우려가 나오면서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정치9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국정원) 원장이 근 7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당내에서는 그의 복귀를 두고 찬반 여론이 갈렸지만, 이재명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강한 야당, 통합·화합하는 야당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복당 소감을 남긴 만큼 '야권 스피커' 역할을 해낼지를 두고 관심이 모인다. 현재로선 민주당에 '국민의당 분당'의 충격을 줬던 박 전 원장을 여전히 '불신'하는 당내 시각도 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9일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수용하기로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대승적·대통합 차원에서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수용하자는 (이재명) 당 대표의 의견에 대해서 최고위원들께서 수용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여러 차례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박 전 원장의 복당 여부를 논의했다. 당헌·당규에 탈당·복당 기준이 엄격하게 규정된 만큼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난 대선 때 대통합 차원에서 탈당 인사들의 복당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것에 준해 박 전 원장 복당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대선 당시인 지난 1월 1∼15일 '대사면' 차원에서 분당 등의 이유로 탈당한 사람들의 복당을 일괄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 신분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 등의 이유로 복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박 전 원장의 복당에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기자회견 당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박 전 원장과 이 대표. /남윤호 기자

박 전 원장의 복당 결정에는 신청 과정에서부터 이 대표의 강한 의중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를 만나고 조정식 사무총장과 얘기를 해서 복당 신청을 하라고 해서 했다"며 "당헌·당규에 의거해서 제가 탈당했던 전남도당, 목포시당의 의견을 물었는데 감사하게도 거기서 환영한다 했기 때문에 지금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과거 민주당을 '분당(分黨)'으로 할퀴며 상처를 남긴 인물이다. 박 전 원장은 2016년 1월 당내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을 빚다가 탈당해 두 달 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던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또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박 전 원장이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아침마다 문재인 당시 후보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탓에 '문(文)모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은 결국 당내 노선 차이로 2018년엔 국민의당에서도 탈당했다.

이후 민주당도 '배신자'에 대한 '징계'를 엄격히 하기로 했다. 21대 총선을 준비하면서는 당헌·당규에 탈당·복당 기준을 엄격히 해 공천 벌점 규정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박 전 원장 등 국민의당으로 탈당한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다.

2020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으로 박 전 원장을 임명했다. 박 전 원장은 원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줄곧 민주당 복당 의사를 밝혀 왔다. /더팩트 DB

박 전 원장과 민주당 사이 '변곡점'을 맞은 것은 2020년 7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하던 때에 문 전 대통령이 그를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하면서다. 박 전 원장은 원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줄곧 복당 의사를 밝혀 왔다.

박 전 원장은 복당이 결정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강한 야당, 통합 화합하는 야당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박 전 원장의 복귀를 두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중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은 연일 자신의 SNS와 공개석상 등에서 박 전 원장의 복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경우에는 10년간 복당할 수 없게 하는 당헌·당규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박 전 원장을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보다 먼저 복당시키는 것은 공정성이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20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박 전 원장을 향해 경고에 가까운 환영 인사를 남겼다. 그는 "박 전 원장이 당을 깨고 나갔던 생생한 기억을 하고 있다. 호남 싹쓸이를 했던 분당의 주역이었고, 그래서 눈물의 씨앗이 아니라 분열의 씨앗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박 전 원장이 이제 여든이 넘었으니)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만 간다’는 말을 믿겠다. 다시 선을 넘어가지 못하게 계속 경계 근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박 전 원장 연세가 여든하나이시니 개과천선하시기 바란다. 앞으로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며 "저는 박 전 원장의 행보에 박수칠 준비도, 응징할 준비도 돼 있다. 박 전 원장이 분당으로 당을 깨고 나갔던 그날을 어떻게 잊겠냐만 당 대표의 결단과 수용이 있어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재선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과거 국민의당을 만들어 당을 조각냈던 사람인데 다시 받아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복당해서도 당을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박 전 원장이 민주당 복당 이후 중량감 있는 야권 스피커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포착됐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원장은 식견으로 보나 경륜으로 보나 야권에 들어와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9단'이라 부르지 않나. 81세의 나이도 숫자에 불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원장에 대해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선 당시 복당 신청) 취지에 따라 원칙적으로 복당이 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던 박 전 원장을 향한 불신의 시선이 여전하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당시 안철수 의원과 박 전 원장. /더팩트 DB

뿐만 아니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확산하면 '정치 9단'인 박 전 원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2~3월경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가능성이 관측되는데, 상황이 악화하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고 박 전 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박 전 원장과 '박남매'라 불릴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혹시 사법리스크로 위험해지면 박지원 전 원장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박 전 원장의 '비대위원장' 가능성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81세'인 박 전 원장이 2선에 머무르지 않고 차기 총선에 도전해 당내 입지를 넓힐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원장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024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현역 정치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아직 안 했다"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니까 누가 장담하겠는가. 저랑 동갑인 바이든 대통령도 출마가 열려 있다. 제가 훨씬 건강하다"고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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