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안전 문제에 국민 갈라치는 정치인들
정파적 계산따라 망언 추태
해결 아닌 문제 키우기 급급
유권자, 정치꾼 배격 나서야
이제 열흘 남짓이면 새해다. 이즈음이면 언론은 2022년 국내외 뉴스를 선별해 게재한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산다난한 한 해였지만, 지난 10월 끝자락에서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는 두고두고 안타까운 뉴스다. 외신에서도 ‘해외 10대 뉴스’의 하나로 꼽을 법한 참사였다. 참사 발생 2개월이 돼 가지만, 유족의 먹먹한 가슴은 조금이라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정치의 부재도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말은 부질없기까지 하다. 문제를 키우는 정치 세력은 넘치지만, 해결하는 정치인은 찾기 힘든 때다.
이달 초 미국에 다녀왔다. 시차 적응을 못하고 새벽 일찍 산보를 하고 있는데, 소방차와 응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둠 속 거리를 내달렸다.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지인이 “시민 생명이 걸린 문제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면 재산 피해 추정치에 관심을 먼저 두곤 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생명에 모든 우선 순위를 두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일부 보수 세력이 군인이나 경찰 등에 대한 미국인의 존중을 부러워하면서도, 일반인의 생명엔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태원 참사’에서 ‘세월호 침몰’을 연결짓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처럼 참사 영업해서는 안 된다’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여당의 논리대로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아닌 그저 큰 사고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분명한 사죄, 추후 안전 대책과 응급 구조 체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몫이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은 지당한 원칙이다.
여느 해라면 해넘이와 해맞이 여행이 대화의 소재로 올라올 시기다. 올해는 다른 느낌이다. 경북 영덕군만 하더라도 해맞이 축제로 각광받아온 호미곶 해맞이 행사를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다. 작지만 소중한 의식 전환으로 보고 싶다.
일주일 뒤면 2023년을 향한 관심이 차고 넘칠 것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내년을 관통하는 의식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할 때 행정과 정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념과 막말을 통해 일부러 균열을 야기하는 정치꾼에 대한 본격적인 배격이 시작되길 소망해 본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은 정치에 대해서도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안전마저 정파적 계산에 나서는 정치꾼을 배격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박종현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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