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봄바람, 내겐 북풍한설” 다시 여론에 호소하는 이재명

SNS에 입당 권유 메시지
‘사법 리스크’ 간접 심경 토로

지난주 시작 현장투어 놓고
“방탄투어” 당내 비판 기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20일 “길고 깊은 겨울이 온다. 추울수록 몸을 서로 기대야 한다. 동지 여러분, 힘을 모아 이겨냅시다”라고 밝혔다.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최측근 재판이 곧 시작되고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비토가 나오는 상황을 ‘겨울’에 빗대 지지자 결집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지지자에게 “세상은 봄바람, 내겐 북풍한설 언제나 그랬듯 이겨 나가야죠. 입당해서 힘 모아주세요”라고 했다.

이 대표는 비슷한 시간에 네이버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도 글을 올렸다. 그는 “제비가 왔다고 봄이 아닙니다. 봄이라서 제비가 온 것입니다. 길고 깊은 겨울이 시작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에 글을 올린 것은 지난달 25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인권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에 의한 인권의 후퇴가 일상이 되다 보니 또다시 인권의 중요성이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 같다”며 “보통사람들이 ‘내가 혹시 이 말을 했다가 압수수색당하지 않을까’ ‘이 말 했다가 혹시 문제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SNS 등을 통해 수사 및 당내 상황에 대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충북대에서 열린 당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아직 견딜 만하지만 힘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최측근이 연이어 기소되면서 민주당은 겉으로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물밑에선 이 대표 비판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지금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이 대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설훈 의원도 대표직 용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여론에 호소해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 이 대표는 지난주부터 현장 경청투어와 국민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22~23일 경북 안동·울진, 강원 강릉·원주를 찾는다. 지난 13일 대전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당원들 앞에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방탄투어 아니냐”(한 중진 의원)라는 지적도 나온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