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2022년 그날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피해자들의 증언과 유가족들의 외침
-37년 동안 과로사'로 숨겨졌던 최승균 소위 사망사건과 군 관계자들의 공식 사과 - 방송 뒤 많은 공분이 있었던 <나의 '가족'을 고발합니다> 편, 일부 생활 지도원의 폭력과 가혹행위로 방치됐던 그날의 아이들 - 즐거운 축제로 끝났어야 할 핼러윈 축제 기간, 158명의 사망자를 만든 참사의 충격과 미리 감지하지 못한 위험 신호들
20일 밤 PD수첩 <2022 그날에 멈춘 사람들>에서는 PD수첩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취재했던 사연들, 그날의 고통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봤다.
장교 임관한 지 한 달 만에 고인이 된 최승균 소위,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셋이었다. 군대에서 최승균 소위 가족에게 전한 사인은 '과로사'. 이후 <군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최 소위의 사인이 구타와 가혹행위에 의한 ’'쇼크사',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급성 심장사로 밝혀졌다. PD수첩 방송 이후, 육군본부에서 최 중위의 추모식을 마련했다. 육군 교육사령관과 보병학교장 등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추모식에서 최 소위는 국방부 결정에 따라 중위로 추서 진급되었고, 육군은 최 소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나 가해자와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군대의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유족들은 군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히며, "가해자와 관계된 사람들을 밝혀내는 게 진정한 추모고 망자에 대한 명예 회복"이라고 했다.
아동학대에 대해 경종을 울렸던 <나의 '가족'을 고발합니다> 편. PD수첩은 <서울시립 꿈나무마을>에서 벌어졌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취재했다. 그곳에서 일부 아이들이 수년간 생활 지도원들에게 학대당했다는 내용.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된 곳은 50년 가까이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해온 아동양육시설이었다. 꿈나무마을 출신 제보자들을 통해 당시 '투명 인간'이란 친구들과 얘기를 못 하는 벌칙과 밥을 접시에 담으면 엎어버리는 등 폭행마저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들이 이어졌다.
방송에서 자신의 학대 사실을 증언했던 박모(가명) 씨, 그는 지난 10월 본인을 학대한 혐의로 고소했던 생활 지도원 3인의 수사 결과 통지서를 경찰에게 받아볼 수 있었다. 경찰은 피의자 3인의 일부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중 한 생활 지도원은 지난 1월 촬영 당시 단 한 차례도 아이를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 통지서에는 아이에 머리를 휴대폰으로 가격하고 뺨을 때리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가 인정됐다. 마리아 수녀회는 아동학대 의혹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올해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10.29 참사, PD수첩은 긴급 취재를 통해 참사의 실체와 원인을 방송했다. 그 후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은 정부의 대응에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참사가 벌어져 158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던 이태원 골목. 그곳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제사상을 차린 남인석씨(상인)는 가게를 떠나지 못하고 골목을 지키고 있다. 그는 "49재까지라도 애들 곁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가게 불을 켜 참사 현장을 밝히고 있었다.
10.29 참사 희생자의 아버지는 매일 같이 딸을 만나러 봉안당을 방문했다. 평소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그의 딸 故 송채림 씨는 고등학생 때 직접 만든 옷으로 상을 타고 올해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할 정도로 재주가 뛰어났다고 했다.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그는 스물한 살에 멈춰있는 딸처럼 "매일 같이 10월 29일"이라고 고통스러워했다.
유족들은 공무원에게 다른 유족의 연락처를 물어봐도 대부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유족 간에 연락처 공유를 금지하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봉안당에서 유골함 날짜를 확인하며 다른 유족을 찾은 그들은 참사 24일이 지나서야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그들은 지난 11월 22일 첫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경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책임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이태원에는 13만 명 정도가 모였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배치된 137명의 경찰 중 절반 이상은 마약 단속 등을 위한 사복 경찰이었다. 특별수사본부는 당시 용산경찰서장 등 관계자를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지만, 경찰과 소방 업무를 보는 일선 실무 책임자들만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이후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은 빚었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다음 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고 결국 사과했다. 그런데 이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는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만들었다. 소방공무원 노조는 재난 안전 주무 부처 수장인 이상민 장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그를 직무 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
10.29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여, 야가 합의했지만, 지난 12월 1일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위원 일곱 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지난 11일 국회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이에 반발해 국민의힘 국정조사위원들이 모두 위원직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처음 합의했던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절반이 넘게 지나간 상황에서, 지난 19일에야 야당 위원들로만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최현정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 위원장은 참사 회복에 있어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국가가 제대로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책임 있는 사람을 충분히 처벌하지 않는 것, 국가가 사과하지 않는 것이 참사 생존자들의 후유증을 장기화하는 위험 요인"이라며 피해자분들의 목소리가 담긴 해결 방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society/article/6437991_356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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