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기다림’…감추고, 참았기에 더 뜨거웠다

김경호 기자 2022. 12. 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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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LPGA 투어를 적신 사연
박민지가 지난 5월15일 경기 용인시의 수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 퍼트를 넣은 뒤 팔을 뻗으며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10개월 만에 트로피 ‘대세’ 박민지
최고 선수 압박감에 ‘고통’의 시간
성유진·정윤지 데뷔 첫 우승 감격
이가영, 2등 징크스 탈출에 울컥
유해란·김수지는 우승 각오 실현

박민지(24)는 지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눈물은 ‘잘하는 선수가 더 잘하고 싶어’ 흘린 것이었다.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전반기에만 6승을 몰아치며 잠재력을 폭발한 박민지는 이후 하반기 내내 우승하지 못했고, 의욕적으로 준비한 2022 시즌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차질을 빚는 등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우승한 박민지는 “기권하고, 코로나19에 걸리기도 하고 그래서 자주 울었다”며 최고 선수의 압박감을 토로했다. 그는 이를 기점으로 전반기 3승을 거둔 뒤 지난해 못한 하반기 우승을 3차례나 더하며 2년 연속 6승을 달성했다.

2022 KLPGA 투어에서 우승자들이 인터뷰장에서 가장 자주 꺼낸 말은 ‘울음’ ‘눈물’ ‘고통’이었다. 첫 우승의 기쁨에, 긴 슬럼프에서 벗어난 감회에, 반복되는 좌절 끝에 찾아온 우승에 울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눈물마저 말라버린 경우도 있었다.

조아연(22)은 교촌 허니레이디스 오픈(5월)에서 3년 만에 우승한 뒤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데뷔 2년차 홍지원(22)은 한화클래식(8월)에서 첫 우승을 거둔 뒤 “주위에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우승했다”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성유진이 지난 6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열린 2022 KLPGA 투어 롯데 오픈에서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을 거둔 뒤 눈물의 인터뷰 후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KLPGA 제공
정윤지가 지난 5월 경기도 이천 사우스 스프링스CC에서 열린 2022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KLPGA 제공

성유진(22)은 롯데오픈(6월)에서 데뷔 4년 만에 우승한 뒤 “더 빨리 했어야 하는데”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정윤지(22)는 E1 채리티 오픈(5월) 우승 후 “국가대표 동기들(임희정, 유해란)을 축하해 주면서 나는 언제 우승하나 조바심 냈었다”며 “지금 울음을 꾹 참고 있다”고 했다.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8월)에서 데뷔 6년 만에 130전131기 신화를 쓴 한진선(25)은 “그동안 뒷심, 끈기, 독기 부족이란 소리를 들을 때는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가영이 지난 10월 전북 익산CC에서 열린 2022 KLPGA 투어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뒤 감회에 젖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국가대표 출신 이가영(23)은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10월)에서 지겨운 2등 징크스를 털고 데뷔 4시즌 만에 우승한 뒤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울음도 참게 되더라”고 97전98기 소감을 말했다. 시즌 개막 직전 교통사고로 고전한 임희정(22)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하면 울 것 같았는데, 막상 울음이 안 나더라”고 했다. 2021년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2년 만에 우승하고 펑펑 울었던 당시에 비하면 이젠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우승 인터뷰 각오가 실현된 경우도 눈길을 끈다. 유해란(21)은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4월) 우승 뒤 “해외 진출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오면 가겠다.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결국 미국 진출을 이뤘다. 김수지(26)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10월)에서 2주 연속 우승하고 “다른 타이틀은 차이가 많이 나지만 대상은 노려보겠다”고 한 뒤 대상, 평균타수상을 거머쥐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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