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명이 침대 위에서 ‘몸부림’…겨울밤이 더 괴로운 불면증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mk.co.kr) 2022. 12. 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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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건조한 때 구강호흡 많아 악화
잠 푹 자야 각종 질환 예방에도 도움
방치 땐 고혈압·당뇨·심장병 등 위험
[사진 출처 = 픽사베이]
22일은 일년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이다. 동지는 밤 길이가 14시간 25분에 달하며 앞으로 낮 길이가 내년 하지(6월 21일)까지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한 겨울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다른 계절보다 오래 푹 자는 게 건강에 좋다. 좋은 수면은 잠자리에 누운 지 20분 이내에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월드컵 축구로 수면리듬이 깨지고 경기침체에 따른 걱정과 스트레스로 잠들기 어렵다. 특히 겨울에는 불면증이 악화된다. 춥고 건조한 겨울에는 실내 난방까지 겹치면서 코호흡보다 구강호흡을 많이 하게 된다. 구강호흡은 입을 마르게 하는데, 산소포화도(혈중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잠을 자다가 자주 깨는 수면분열이 일어나 불면증으로 악화되거나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는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 대다수가 한번 이상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겪어본 적이 있지만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잦은 불면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수면장애 환자는 2016년 약 50만명에서 2021년 70만명에 달했다.

수면장애에는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잠에 들었지만 자주 깨고, 새벽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 수면부족 상태가 되어 이로 인해 낮 동안 피로감, 졸음, 의욕상실 등을 초래한다. 기면증은 낮에 갑자기 깊은 잠에 빠지는 질환이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잤어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병이 기면증이다. 불면증이 평소 각성증이 심해 밤 뿐만 아니라 낮에도 잠을 잘 자지 못하지만, 기면증은 서서 환각상태로 잠을 자고 밤에 잘때도 잘 깨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밤에 잠자리 들기 전 무릎 및 하지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거나 스멀거리는 느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장애를 일컫는다. 증상이 심하면 다리를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해서 잠을 충분히 자기 어렵다. 고혈압, 암, 심혈관계 질환 및 불면증이 있는 환자가 하지불안증후군을 동시에 겪을 경우 조기 사망률이 39% 가량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코골이는 공기가 좁아진 통로를 지나면서 떨리는 소리가 얼굴 안쪽의 동굴같이 빈 공간인 부비강을 통해 울려퍼지는 것이다. 코를 골면 산소가 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당장 다음날 피곤해진다. 낮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코골이가 무서운 것은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되어 심혈관질환, 뇌기능장애,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들 중 약 70%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중 10초이상 숨을 쉬지 않는 증세가 1시간에 5번이상 나타나거나 호흡량이 50%이상 감소하는 저호흡이 1시간에 5번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호흡곤란으로 산소공급이 부족해 혈액 속의 산소농도 감소로 이어져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이나 당뇨, 뇌졸중과 같은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면장애는 주로 불면증을 의미한다. 불면증은 잠이 들 때까지 30분이상 걸리는 경우, 잠이 들어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경우, 새벽에 잠을 깨 더는 잠들 수 없는 경우, 일주일에 세번 이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에 의심할만하다. 보통 불면증이 3개월 미만이면 단기 불면증, 3개월 이상이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수면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사이 깨닫지 못하지만 파동곡선처럼 비렘(Non-REM,non-rapid eye movement)과 렘(REM,rapid eye movement)이 한 주기로 약 90분간 움직인다.

하룻밤 6~7시간 잔다고 가정하면 비렘과 렘의 주기는 대체로 4~5번을 반복한다. 전체 수면의 75~80%를 차지하는 비렘수면은 다시 1단계, 2단계, 3단계 수면으로 구분되며, 3단계는 서파수면으로 가장 깊은 잠을 진다. 비렘수면 시간에는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박동 수와 혈압이 떨어지며 정신적 활동이 감소하는 게 특징이다.

렘수면은 잠을 잘 때 뇌가 휴식을 취하면서 하룻동안 받은 정보를 정리한다. 렘수면 시간에는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 및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변하며 정신활동이 활발하다. 꿈을 꾸는 것도 렘수면 중에 발생하며,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와 기억력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렘수면이 짧아지면 뇌가 혹사를 당해 기억력 감퇴, 고혈압 발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면은 매우 중요하다.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날은 하루 종일 상쾌하지만 잠을 설친 날에는 모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들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대한수면학회장)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누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의학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작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시간이 모자라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삼 교수는 부족한 수면시간을 ‘수면부채( 睡眠負債)’라며 “수면부채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만큼 수면의 양과 질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면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잠을 자면서 뇌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잠을 자야만 생기는 기능이다.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잠을 못 자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져 판단력,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 연구팀이 60대 이상 노인들의 수면습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잠드는 데 30분이상 걸리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40%P 높아졌고 총 수면시간이 8시간이상이면 인지기능 위험이 70%P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병원 전기홍 교수 연구진은 수면호흡장애와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수면호흡장애 환자는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알츠하이머)가 발생할 위험이 1.58배 더 높았다. 이는 결국 치매를 예방하려면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깊은 잠을 잘 때 뇌의 글림파틱(Glymphatic) 시스템이 뇌 동맥의 박동과 혈류의 힘으로 뇌 속에 축적된 노폐물을 정맥으로 밀어 뇌 밖으로 배출한다.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침착되어 발생하는데, 잠을 푹 자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밖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도 깊은 수면(서파수면)을 잘 이루지 못하는 노인은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타우단백질’이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쥐의 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면을 방해한 쥐는 평소보다 두배나 높은 타우 단백질이 관측됐다. 밤새 일하는 사람들의 뇌척수액을 조사해보니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 수치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30%나 높았다.

숙면, 즉 건강한 수면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잠자는 환경은 조용하고 환하지 않도록,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한다.

겨울철에도 가급적 낮 시간, 주로 햇빛이 비치는 시간대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낮 동안에 햇볕을 많이 쬐면 밤에 멜라토닌(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어 잠이 잘 오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되며 주위가 어두워지면 분비되고 밝아지면 분비를 멈추는 성질이 있다.

잠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녹차나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술을 먹으면 금방 잠이 들긴 하지만 수면유지가 잘 되지 않아 자주 깨고, 깊은 잠 단계는 오히려 저하되어 결국 숙면시간이 줄어든다. 또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 수면무호흡증이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프면 수면을 유도하는 트리토판 성분이 들어있는 우유나 바나나,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졸음을 유발하는 둥글레차를 마시는 게 좋다. 족욕과 반신욕은 잠자기 2~3시간 전에 하면 숙면에 좋다. 물의 온도는 37~39℃ 전후의 물로 20~30분 하는 것이 좋다.

불면증이 한달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사용이 권장된다. 불면증은 환자 특성에 따라 수면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는다. 그러나 수면제는 잠을 잘 자게 할 수는 있지만 불면증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효과가 일시적이며 수면무호흡이 원인인 불면증에는 수면제 복용이 매우 위험하다. 불면증 치료는 단순히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평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기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효과적인 수면제 복용시간은 기상시간 평균 7시간 전에 약을 먹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수면제는 과다복용에 따른 기억상실, 자살충동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면제로 주로 처방되는 의약품은 벤조디아제핀 계열로 뇌 상태를 다운시켜 안정화시키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장기간 복용시 기억력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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