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쳐내듯 유승민 배제…‘윤석열당’ 속도 내는 국민의힘
‘반윤 대표’ 땐 조기 레임덕 우려
여론 지지 높은 유승민 제거 다급
의총 생략 당헌 개정 비판 목소리
“이준석 쳐낼 때 데자뷔 같다”
국민의힘이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를 뼈대로 한 전당대회 규칙 개정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당헌 개정의 목적지가 결국 ‘친윤 사당화’ 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20일 상임전국위를 열어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를 통과한 전대 규칙 개정안을 찬성 35명, 반대 4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2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최종 확정한다.
전대 규칙 변경 과정은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3월 전대’를 언급 한 뒤 전광석화로 이뤄지고 있다. 윤심 노출→‘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나 친윤계 지도부의 분위기 조성→‘거친’ 제도 손질로 이뤄지는 ‘속도전’은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과정과 닮았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그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일컬은 문자가 드러난 지 한달 반 가량 만에 대표직에서 낙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26일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 대표”문자를 보냈고, 이후 친윤계 지도부를 주축으로 한 지도부는 이 대표의 당 대표 복귀를 막으려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당 윤리위원회 징계 등의 제도적 장치들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졸속’ 속출하면서 급기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무효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은 다시 전속력을 다해 당헌 개정(9월5일)→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2차 정진석 비대위 출범을 강행했다. 당헌 개정부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기까지 기간은 불과 사흘이었다. 당 안팎에서 이 전 대표 제거를 위한 표적 당헌 개정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친윤계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나라당 때부터 18년 동안 행해 온 전당대회 규칙을 바꾸면서 당내 의원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 초, 재선 의원 모임은 있었지만, 원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절차는 건너 뛴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전당대회 룰 변경은 의총 토론이 아예 없었다”며 “아마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데 의총 토론도 부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우리 당 역사에서 최초인 것 같다. 뭐가 그렇게 급한지, 쫓기는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전에 룰을 바꿀 때는 후보들 합의가 있었고, 후보들 합의가 없으면 적용을 안 했다”며 “(경선 규칙 개정은) 당의 흑역사로 남을 것 같다. 당이 축소 지향형 정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권성동,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이른바 친윤계 후보들의 단일화를 촉진할 수 있는 ‘결선 투표제’를 노골적으로 신설한 것 역시 졸속 비대위 전환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당을 이끄는 ‘윤핵관당’ 아니냐”며 “이준석 전 대표를 쳐낼 때 ‘데자뷔’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속전속결식 전당 대회 규칙 개정의 목적이 2024년 총선 공천을 내다본 ‘친윤’ 당 장악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년 3월 뽑히는 임기 2년의 당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을 관리한다. 거침없이 윤 대통령을 비판해온 유승민 전 의원이 공천권을 쥐게 되면 당장 윤핵관들의 공천마저 불투명하다. 유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되면 공천 혁신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당내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존재감이 미미해질 수가 있다.
대통령과 각 세우는 당 대표에 대한 트라우마도 원인으로 꼽힌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유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제2의 이준석 지도 체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친윤계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은 민주당보다 더하다.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며 “‘늙은 이준석’이 젊은 이준석을 따라하는 모양이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의원은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제가 당 대표가 되면”이라고 언급한 뒤 “저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일제히 유 전 의원 때리기에 나섰다. 이철규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당원들 마음을 사지 못하면서 당 대표 나올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도 “본인이 승리하지 않으면 승복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점심 때 눈길 뽀득뽀득 소리 좋지만…미끄러지면 ‘지는 거다’
- 한덕수, 빨간불에 ‘무단횡단’…수행원들 달려오던 차 막아
- “아는 사람 100명 중 95명 양성 같아”…상하이·우한도 확진자 급증
- 메시도, 음바페도…월드컵이 일깨운 이민의 역사 [유레카]
- 총각무 맞고 알타리무 틀렸다?…국어대사전의 ‘표준’이 문제다
- 폭설에 출근 대란…“회사 오니 나만 도착” “지하철 역대급 붐벼”
- 탈레반, 대학서 ‘여학생 수업’ 전면 금지…“꿈은 파괴됐다”
- 화사한 송혜교는 잊어!…‘19금’ 학폭에 치밀한 복수
- 10년치 연봉 안 쓰고 모아야 수도권 집 산다…서울은 14년
- 코로나 재생산지수 9주째 ‘1 이상’…위중증은 500명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