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관·49재 신경 안 쓴 정부·여당에 이태원 참사 유족 “우리가 우습나” 성토

이동준 2022. 12. 20.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합동 분향소 예고 없이 찾은 한 총리, 유족 ‘사과 요구’ 항의에 30초 만에 발길 돌려
주호영, 이태원 참사 유가족 만나 '배·보상' 약속
지난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49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인 지난 16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는 경찰 측 추산으로 1만여명이 운집했다.

이날 추모제는 4대 종단의 기도를 시작으로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들이 이어졌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끄고 고개를 숙인 채 2분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진행했다. 이후 희생자 이름, 사진, 가족들의 편지가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유가족 고준희씨는 “진짜 사과가 무엇인지 몰라서 나오지도 않고 모른 척 하고 있나”며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도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며 하늘이 무섭지 않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49재가 진행되는 이태원 거리는 눈물로 뒤덮였지만 유가족과 시민의 절절한 절규를 들어야 할 정부와 여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총리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술잔을 사고 트리를 점등했다.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 오른쪽)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트리 점등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49재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일반 시민만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윤 대통령을 시작으로 정부 여당의 불참에 여론은 급격히 냉각됐다.

정부 여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 면서도 정작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에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잠시라도 참석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기가 그렇게 어렵냐”라며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10·29 참사를 외면하는 거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 여당은 야당을 시작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이를 의식한 듯 뒤늦게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차가웠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예고 없이 찾았다가 유족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단 30초 만에 발길을 돌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막아선 유족과 대화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전날인 19일 한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주례 회동을 마치고 난 뒤 방문이었다.

한 유족은 분향소를 찾은 한 총리에게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가지고 와 달라. 저희는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면 받지 않겠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에 별다른 답변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다른 유족이 “(사과가 없으면) 돌아가세요. 정중히 부탁드리겠다”고 말하자 한 총리는 “잘 알겠다. 수고하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한 총리는 차량으로 이동하며 악수를 요청하는 한 시민에게 “분향을 좀 하려고 했더니 못 하게 하시네요. 고생하십시오”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사진 찍기용이라고 생각을 한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갔는데 외면당했다, 거부당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런 알리바이를 남기기 위해서 가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족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눈물 흘리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대표는 “녹사평역에 저희가 그렇게 외치고 부탁드리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추모관이 아직까지 준비가 안 돼서 저희가 임시로 너무 조촐하게 꽃 한 송이 없이, 제단 없이 영정과 위패만 올려놓고 추모관을 운영 중인데 왜 안 왔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는 정부의 대표고 사과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며 “우리가 여당 의원들에게 저희가 사과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왜 아무도 안왔냐”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대표의 질타에 주 원내대표는 “예산 국회 이런 것들이 겹쳐서 저대로는 여러분들과 시간을 가지고 뵐 것이 안 돼서 조금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종철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뭔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뭐를 무서워해서 왜 못 오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간다”며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 회의인가.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뭐 하는 거냐”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냐”면서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장관 해임안 결의하는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거 주면 이거 할게 그러냐. 국회가 애들 장난이냐 우리가 그렇게 우습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의 질타를 받은 주 원내대표는 희생자에 대한 철저한 배·보상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대체 이런 일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도, 이해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되기 시작하는데 수사든 국조든 나중에 필요하면 특검이든 통해서 진상을 철저히 밝혀 책임 물을 사람을 철저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상이 될 지 보상이 될 지 모르지만 철저한 배·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촘촘히 짜서 이런 절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이 오래도록 기억해서 두 번 다시는 어처구니 없는, 몇몇 사람이라도 정신 차리고 대비하고 준비했다면 막을 수 있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제보를 기다립니다. [메일] blondie@segye.com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