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끌어온 ‘KTX·SRT 통합’ 사실상 무산…‘경쟁체제’ 유지
철도노조 “지방 노선 차별 심화될 것”…차기 정부로 ‘논의’ 넘길 듯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SR)의 통합을 놓고 2년 가까이 끌어온 논의가 ‘결론 유보’로 마무리됐다. 이는 기존 경쟁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통합논의는 물 건너간 셈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년을 끌어온 논의 결과가 이렇게 엉뚱한 결론으로 향한 이유는 명확하다. 국토부에 철도의 미래란 오직 ‘민영화된 철도’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상 국토부 철도국장은 20일 브리핑에서 “경쟁체제 유지 여부를 언제 어떻게 다시 평가할지 계획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더 이상 통합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부터 코레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대표 각 1인,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20여 차례 이상의 논의를 진행했다. 분과위는 이날 “경쟁으로 인한 국민의 혜택이 늘었으므로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했다”면서 “다만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2017~2019년 단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었으므로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의견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국유·국영체제 속에서 만성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해온 철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철도산업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 철도건설과 운영을 분리했다. 또 운영체제를 공기업 경영(코레일)으로 전환했으나 철도건설 부채가 누적되면서 2013년 12월 SR을 설립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코레일-SR 통합을 추진했으나, SR의 강한 반발과 KTX 강릉선 탈선사고 등 여파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분과위에서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를 주장한 측은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 이후 코레일은 마일리제 제도를 부활하고, SR은 운임을 KTX 대비 10% 인하해 이용자에게 연평균 1506억원의 추가 할인혜택이 제공됐고, 전체 고속철도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품질향상이 지속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고속철도 경쟁효과로 SRT의 운임이 낮아졌다고 주장하지만 국토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라며 “SRT가 운행하기 전인 2013년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는 수서고속철 요금을 KTX보다 10% 낮게 책정했었고, 이는 경쟁효과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특히 이번 통합무산으로 서울 강남권역으로 한 번에 갈 수 없는 일부 지방의 노선차별도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론은 ‘유보’지만 정부의 입장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서 확인이 된다. 원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라별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면서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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