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내년 물가 ‘상고하저’…상반기가 경기침체 경계선”
“유가 하락세·전 세계적 긴축 등
상승 압력 축소…내년 3.6% 예상
불확실성 여전, 둔화 속도는 미정
올 최종 금리 3.5% 바뀔 수 있어”
내년도 물가는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상승률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제 유가 및 환율 흐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정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물가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와 관련해 “내년 상반기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만큼,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20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통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5.1%를 기록한 뒤 내년 3.6%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측 요인을 보면 유가의 경우 최근 전 세계 경기 둔화로 하방압력이 커졌지만, 대러 제재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대규모 감산 등 공급 측 불안요인도 상존해 있다고 진단했다.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곡물 수출 협정 연장 등의 하방요인과 이상기후, 경작비용 상승 등 상방요인이 혼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강한 긴축의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내년도 한국 경제가 1.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기 성장률은 상반기 1.3%, 하반기 2.1%의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류세 인하폭 단계적 축소,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의 정부 정책도 향후 물가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전날 정부는 내년도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폭을 현재 37%에서 내년 25%로 축소하기로 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상방압력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압력이 상당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설명회를 통해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강조하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 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와 성장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11월 금통위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면서 “경제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침체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경우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 상황을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만큼 이것이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어려워지거나 하반기에도 흐름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침체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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