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방문에…‘혈맹’ 벨라루스 참전설 다시 주목
러시아의 강한 압박 이어지면 완전 무시하기는 어려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혈맹’ 벨라루스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여부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 안보 보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공동으로 취하기로 했다”며 정기 합동 군사 훈련 등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옛소련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벨라루스 공군 조종사에 대한 훈련을 해오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발언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방에선 여전히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참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전투 태세를 일제 점검하는 등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참전을 이끌어낼 유인은 적지 않다. 러시아는 오랜 전투로 무기 재고가 소진되고 있는데,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활용할 수 있는 소련 시대의 무기를 다수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입장에서는 참전을 대가로 러시아의 군사·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루카셴코 대통령이 보인 태도를 감안하면 그가 쉽게 참전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벨라루스 정치평론가 아르템 슈라이브만은 가디언에 “여론조사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민의 90% 이상이 군대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루카셴코의 지지자들과 친러시아 성향 국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 전쟁연구소는 벨라루스군의 도움으로 러시아군이 강화된다 해도 병력 훈련과 물자 보충 등의 문제로 인해 효과적인 공격을 수행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벨라루스군이 최근 국경에서 전투 태세를 점검한 것은 단지 이곳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지역으로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책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크렘린궁은 최근 흘러나오는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이나 러시아의 벨라루스 흡수 통합설과 관련해 “어리석고 근거 없는 날조”라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어느 나라도 흡수할 뜻이 없다”며 “적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통합을 막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루카셴코는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요구가 강해질 경우 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슈라이브만은 “푸틴 대통령이 루카셴코에게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가 언제까지 저항에 성공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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