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냉전 넘어선 ‘사돈의 나라’…경제·문화·안보 동반자로[한-베 수교 30년]
1992년 12월 양국 대사관 설치
30년 동안 양국 경제 협력 급성장
작년 교역액 807억달러 ‘161배’
한국과 베트남이 22일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양국의 호칭은 ‘남조선’에서 ‘한국’으로, ‘월남’에서 ‘베트남’으로 변했다. 이 같은 호칭 변화는 지난 30년간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진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베트남 통일 이전 남베트남과 1956년 수교했으나 1975년 남베트남이 무너지고 북베트남이 베트남을 통일함에 따라 국교가 단절됐다. 이후 냉전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 기회는 차단됐다.
1990년대에 접어들며 문이 다시 열렸다. 1980년대 말 노태우 정권은 소위 ‘북방정책’을 추진하며 중국과 동유럽 등 공산권의 문을 두드렸다. 베트남 역시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으로 개혁·개방에 나섰다. 양국은 1992년 4월2일 상호 연락대표부 설치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그해 12월22일 서울과 하노이에 각각 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수교 당시 베트남에선 베트남전 참전과 관련해 수교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다. 그럼에도 양국이 종전 17년 만에 수교할 수 있었던 데는 경제·산업적 필요가 작용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노동력을, 베트남은 한국의 투자를 원했다.
30년 동안 양국의 경제협력은 빠르게 성장했다. 1992년 5억달러에 불과하던 교역액은 2021년 807억달러로 약 161배 증가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3위 교역 대상국으로, 베트남은 한국의 4위 교역 대상국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한국 기업 약 9000개가 베트남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은 해외직접투자(FDI)를 한 국가다.
1991년 한국 거주 베트남인 2명
현재는 전국에 20만명 넘게 살아
양국 ‘포괄적 전략 관계’로 격상
양국은 인적 교류 측면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수교 직전해인 1991년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베트남인은 고작 2명에 불과했고, 그해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인은 439명이었다. 현재는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의 숫자가 20만명이 넘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중국계를 제외하면 베트남계가 가장 많다. 베트남 여성들의 결혼이주를 통해 수많은 한·베 가정이 형성되면서 양국은 서로를 ‘사돈 국가’로 부른다.
베트남에도 한국 재외동포가 약 15만명 살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 재외동포가 8번째로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430만명에 이른다.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은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한·베트남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2001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9년)에 이어 양국 관계에서 또 다른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정치 전문가 이한우 서강대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베트남에서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가장 높은 양자 관계”라며 “이 관계를 맺은 건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한국이 네번째”라고 설명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이상의 관계는 ‘동맹’(미국)밖에 없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제는 문화,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증진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대외전략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같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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