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적립 척척…“우리도 스토어 매니저”[현장에서]
경기도 노인 일자리 만들기
‘시니어 동행 편의점’ 10여곳
평균 72세 매니저 9명
시 노인복지관 포스기 교육
전자기기 사용도 능숙하게
“복잡해서 못한다는 건 편견”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사는 김화순씨(70)는 요즘 월요일 아침을 기다리며 산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에게는 꺼려지는 요일이지만, 최근 ‘직장’을 구한 김씨는 따분한 주말 대신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나날들이 즐겁다.
김씨의 일주일이 변하기 시작한 건 두 달 전부터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퇴촌면에 있는 ‘GS25 광주남촌점’의 ‘스토어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 농산물 직판장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지 10년 만에 다시 찾은 일자리였다. 편의점 운영을 맡은 광주시노인복지관에서 포스기 사용법과 재고 확인 방법 등의 교육을 받고 난 뒤 일하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GS25 광주남촌점은 여느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 앞에 자리했고 내부에는 과자류부터 라면과 음료, 생활용품 등 수백 가지의 상품이 있었다. 다른 점은 김씨처럼 어르신들이 주로 근무하는 ‘시니어 동행 편의점’이라는 것이다.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어르신이,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는 청장년층이 일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 9명의 평균 연령은 72세다.
편의점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양희유군(11)은 “전에는 무뚝뚝한 아저씨가 계셨는데, 이제는 할머니가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셔서 좋다”면서 “말도 걸어주시고 손자처럼 반갑게 대해주신다”고 말했다.
김씨는 업무 대부분이 손에 익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던 포인트 결제와 적립, 각종 통신사 할인 적용 등 복잡한 일도 능숙하게 해낸다. 이름을 외우지 못해 헤맸던 담배도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김씨는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요령이 생기다 보니 이제는 쉽게 한다”면서 “처음에는 가족들도 다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응원해준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시니어 동행 편의점은 단순 노무형 노인 일자리 위주에서 새로운 노인 일자리 유형을 찾으면서 기획됐다. 근무시간대와 총 근무시간에 일부 제약이 있지만, 참여자는 기본적으로 일반 편의점 매니저와 똑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편의점에서 발생한 수익은 일하는 어르신들의 임금 지급 등을 위해 사용된다. 현재 경기도 전역에서 10여곳가량의 시니어 동행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계속 확산하고 있다.
GS25 광주남촌점을 운영 중인 광주시노인복지관의 이상복 관장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업무 수행 능력은 청장년층과 비교해도 뒤처질 것이 없는 수준”이라며 “특히 ‘일하고 싶다’는 의지로 시작한 분들이 많아 성실히 임하고 친절하게 응대해 찾는 분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어르신들이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는데, 이는 단지 낯설기 때문”이라면서 “반복해서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다음에는 청년보다 능숙하게 쓰시는 분들도 많다는 게 시니어 동행 편의점 사업에서 이미 검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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