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 갤러리 초대전 ‘김경현·문활람 초대전···문화재복원수복학 공부한 한국채색화가 한국의 미를 조명하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무우수갤러리가 초대전 ‘김경현 · 문활람 초대전: 문화재복원수복학을 공부한 한국채색화가, 한국의 미를 분석하다!’를 지난 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채색화가이자 문화재복원수복학을 연구한 두 작가를 초대해 한국의 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문화재복원수복학은 손상된 문화재를 원래의 형태로 회복시켜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고 문화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초대작가 문활람은 문화재보존수복학을 수학했다. 국내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문화재보존수복학을 공부한 그는 최근에 고구려벽화의 복원 안료 화강말 개발 및 특허를 따내(특허등록번호 제10-2474297호)기도 하였다.
작가는 화강말과 자신의 특허기법인 벽화바탕재 재현방법을 창작작품에 적용 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고구려벽화고분의 연구복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문화의 전반을 통틀어 고구려문화의 기저에 돌의 스토리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여기에 작가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얻었던 강렬한 인상과 사막 한 가운데서 ‘나는 벌거벗은 작은 인간에 불과하다’란 성찰이 ‘돌’이라는 물성으로 집약되었다고 고백한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고구려까지”라는 소제 단 무우수갤러리 기획초대전 ‘반석위의 生’에서는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의 여정을 표현하고자 하였다면 이번 전시는 앞으로 작가가 지속해서 펼쳐 나갈 인류와 문화의 시원 및 東傳의 루트를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 소제인 “사과나무를 찾아서”에서의 ‘사과’는 인간의 원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도구이자 창조된 인류가 변질되기 이전 원래 모습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사과나무가 위치한 곳을 본질의 기준으로 삼아 인류의 무구하고 공통된 역사의 여정들과 흔적들을 하나의 시간과 공간적인 ‘띠’로써 해석해 보고자 하였다.
보다 심층적으로는 고구려의 벽화무덤이 내포하는 영원성과 사막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알게 된 생명성, 곧 죽음과 삶 그리고 끝과 시작이라는 상호 연속적인 관계성을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
마치 빅뱅이 우주의 공간이 일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한국과 아프리카라는 시공차를 넘어 물질과 영혼의 영원성을 동일한 하나의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천연석채라는 안료의 물성은 그 색소도 굉장히 원색적이지만 색 이전에 우주적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광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광물의 색소는 다른 색이 첨가되거나 화학적 혼합의 인위성을 지니지 않는, 창조된 그대로의 DNA를 품고있는 것이다.
또 화강암은 투박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작가는 이런 광물의 속성이 본질을 찾아 탐구의 길을 가는 과정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여기며 계속해서 돌과 연관된 창작의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작가 김경현의 ‘천년을 품다’ 연작은 우리 옛 그림을 모본으로 삼아 그린 것이다.
붉은색과 흑색을 주조로 한 그림은 아주 오랜 시간 열화와 풍화를 거치며 퇴색된 고구려 고분벽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 바탕은 동굴암벽처럼 마티에르(질감)가 두드러진다. 작가가 두께를 많이 주기 위해서 종이 위에 물감을 붓고 물감이 마르면 그 위에 종이를 태워서 붙인 다음 또다시 물감을 부어서 작업하였다.
이 같은 작업을 수차례 거치면서 겹겹이 쌓아 올린 바탕 위에 조선특유의 심미안이 여실히 반영된 분청사기와 백자 달항아리를 그렸다.
김경현 작가는 “가마굴에서 도자기를 꺼낼 때 숨죽여 기다리는 도공들의 간절함으로 화폭을 마주한다 (…) 천년을 간직한 유물들은 나를 자극하고 화합과 풍요를 상징하는 커다란 항아리 속에 이야기를 담아본다”며 ‘분청사기철화물고기무늬병’, ‘분청사기음각어문편병’, ‘분청사기박지모란넝쿨무늬편병’을 화폭에 그려 넣었다.
분청사기 특유의 순박하고 개성적인 현대적 미감을 잘 보여준다. 우윳빛 색조에 둥근 곡선이 아름다운 ‘백자 달항아리’의 유려하고 넉넉한 조선의 미 또한 화폭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구려벽화에서부터 조선 도자기까지, 이처럼 작가가 우리 옛그림에 심취한 데에는 그가 문화재보존수복학을 공부한 것과도 연결된다.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움이 신긴 우리 유물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그리움이 날마다 그를 빈 화면 앞에 불러 세우는 것이다.
다음은 문활람 작가 작가노트 전문
“사과나무를 찾아서 – 여정 하나”
고구려벽화고분의 연구복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문화의 전반을 통틀어 고구려문화의 기저에는 돌의 스토리가 배경에 있었음을 상기하게 되었다. 여기에 아프리카 여행에서 얻었던 강렬했던 인상과,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사막 가운데서 나는 벌거벗은 작은 인간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과 성찰을 통해 이 둘의 속성에는 ‘돌’이라는 친밀한 물성과 그 의미가 공유되고 있다는 인식이 점차 내 안에서 확고해져 왔다.
나는 한국채색화 화가로서 특허물질인 “화강말”과 특허기법인 “벽화바탕재 재현방법”을 창작작품에도 적용 중이다.
지난해 무우수 갤러리의 초대개인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고구려까지”라는 소제를 달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앞으로 내가 지속해서 펼쳐 나갈 인류와 문화의 시원 및 東傳의 루트를 표현할 전시 “사과나무를 찾아서”의 중간과정 일부이다. ‘사과’는 인간의 원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도구이자 창조된 인류가 변질되기 이전 원래 모습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과나무가 위치한 곳을 본질의 기준으로 삼아 인류의 무구하고 공통된 역사의 여정들과 흔적들을 하나의 시간과 공간적인 ‘띠’로써 해석해 보고자 한다. 더욱 깊숙히는 고구려의 벽화무덤이 내포하는 영원성과, 사막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알게 된 그들의 생명성이 곧 죽음과 삶, 그리고 끝과 시작이라는 상호 연속적인 관계 속에 있음을 표현해 보고자 한다. 마치 빅뱅이 우주의 공간이 일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한국과 아프리카라는 시공차를 넘어 물질과 영혼의 영원성을 동일한 하나의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천연석채라는 안료의 물성은 그 색소도 굉장히 원색적이지만 색 이전에 우주적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광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 광물의 색소는 다른 색이 첨가되거나 화학적 혼합의 인위성을 지니지 않는, 창조된 그대로의 DNA를 품고 있다. 한편 화강암은 투박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다. 이런 광물의 속성이라면 본질을 찾아 탐구의 길을 가는 과정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돌과 연관된 창작의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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