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 개악 앞두고 저항 막으려는 것”
이미 노조법 따라 재정운용
국고보조금도 별도 감사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조활동에 햇빛을 비춰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노조 재정운용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도 과감성 있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발언 이후 약속이나 한 듯이 노조 재정운용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공격이 이어졌다. 보수언론이 선두에 섰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거들었다. 20일에는 하태경 의원이 노동조합 회계에 대한 감사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노총은 한상진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국무총리의 노동조합 회계와 관련한 주말 발언 이후 급기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금일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라며 “노동 개악 시도를 앞두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 반발·저항이 뻔한 상황에서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재정을 운용한다. 노조법 25조는 ‘노조 대표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6개월마다(1년에 두 번) 노조의 재원과 용도, 현재 경리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내용과 감사 결과를 조합원에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26조는 ‘노조 대표가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고, 조합원 요구가 있을 때 열람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대의원대회 회의체에 별도 기구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예로 보면 1년에 4차례 전 조직을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한다. 중앙과 지부, 지회로 감사위원회를 따로 운영하고 회계감사와 업무감사를 동시에 한다. 조합비 횡령 등 사고가 나면 소송을 진행해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받는 국고보조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별도로 회계감사를 받는다.
한상진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총 110만 조합원이 노조에 납부한 조합비로 운영된다”며 “정규직 조합원은 매달 1850원, 비정규직은 1350원, 최저임금 노동자는 670원꼴로 납부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비 총액은 일부에서 말하는 규모와 다르게 연 200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담당 부처인 노동부 안에서도 정부·여당의 노조 재정운용 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노조 회계를 들여다보면 노조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저해한다면 노조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나”라며 “그럴 거면 정부가 노조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20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노조의 재정 투명성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노사 및 이해관계자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해외사례 검토 등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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