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꿈꿨지만 돌아보니 ‘빚중년’
4060 작년 대출액 11% 늘고
소득 증가율은 5.4%에 그쳐
‘인생 2막’ 재취업자 중 46%
월 200만원 미만 쪼들린 삶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42)는 매달 61만2000원을 빚 갚는 데 쓴다. 지난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외벌이 가장인 A씨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월급에서 대출금 빼고 나면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며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투 잡’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 10명 중 6명은 금융권 대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대출액은 11% 늘었지만 소득은 5.4% 증가했다. 퇴직 이후 1년 만에 새로 일자리를 얻은 중장년 임금근로자의 절반가량은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1년 중장년층 행정통계’ 자료를 보면 중장년층(만 40~64세) 인구는 2018만2000명(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만6000명(0.5%) 늘었다. 중장년층 비중은 전체 인구 대비 40.3%를 차지했다.
주택을 소유한 중장년층(884만4000명) 비중은 43.8%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중장년층의 개인 주택 소유 비중은 2017년 41.3%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초반 주택 소유 비중이 46.0%로 가장 높았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주택 소유 비중도 떨어졌다.
중장년층이 짊어진 빚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금융권 대출이 있는 중장년층 비중은 57.3%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5804만원으로 전년(5200만원)보다 11.6% 급증했다.
주택 소유자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16만원으로 무주택자(3019만원)보다 3.3배 많았다. 40대 초반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744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초반은 4201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 소유 비중 증가와 함께 대출 비중과 잔액이 모두 늘었다”며 “주택담보 대출뿐만 아니라 사업자 대출도 크게 늘었는데, 중장년층 전반에 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소득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체 중장년층의 77.1%는 근로 또는 사업소득이 있었는데, 평균 소득은 3890만원으로 전년보다 5.4%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40대 후반(4239만원)이 가장 많고, 60대 초반(2646만원)이 가장 적었다. 일자리를 가진 중장년 등록취업자는 1340만2000명으로 전체 중장년 인구의 66.4%를 차지했다.
임금근로자가 77.8%,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가 17.9%,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경우가 4.3%였다.
지난해 10월 기준 1년 만에 일자리를 새로 얻은 만 40~64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46만원으로 파악됐다. 남성(월평균 304만원)이 여성(월평균 202만원)보다 102만원 더 받았다. 새로 취업한 중장년층의 46.8%는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았다. ‘100만~200만원 미만’ 구간(37.3%)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0만~300만원 미만’(33.1%), ‘300만~400만원 미만’(10.9%), ‘100만원 미만’(9.5%) 순이었다.
해당 통계는 이 기간 일자리를 얻은 등록취업자 141만9000명 중 사회보험 가입 등을 통해 임금 파악이 가능한 임금근로자 84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월평균 임금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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