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쪽 정진상 공소장 3분의 1을 이재명 등 ‘배경에 공들인’ 검찰
유죄 예단하게 만들 여지
‘일본주의 위배’ 다툼 예고
검찰이 지난 9일 기소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소장의 3분의 1이 ‘배경사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정 실장을 기소한 혐의인 뇌물·부패방지법 위반 범죄사실 외에 기소대상이 아닌 대장동 일당으로부터의 접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자금 마련 등을 ‘배경사실’에 장황하게 나열한 것이다. 검찰은 범죄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불가피한 설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죄와 무관한 정보로 유죄를 예단하도록 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장황하게 기재된 배경사실 자체가 ‘법정 다툼’의 첫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의 정 실장 공소장을 보면, 전체 30쪽 중 10쪽가량이 ‘이 사건 배경사실’로 구성돼있다. 검찰은 배경사실에 정 실장의 활동 경력과 대장동 개발 상황,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추진 경위뿐 아니라 향응 수수, 불법 선거자금 마련 등 법 위반으로 읽힐 만한 내용들을 다수 기재했다.
‘이재명’이란 이름도 배경사실 부분에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검찰이 범죄로 판단해 기소한 정 실장 행위를 말하는 ‘구체적 범죄사실’과는 별개의 내용이다.
검찰이 배경사실에 기재한 내용은 2013년 9~10월 정 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흥주점에서 술과 향응을 즐긴 후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대신 값을 지불하게 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검찰은 2014년 4~6월에는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로부터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했다. 그해 5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순진리회 선감들에게 돈을 주면서 성남시장 재선을 부당 지원했다는 내용도 있다. 통상의 공소장에선 이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면 각주로 사건번호를 기재하지만 정 실장 공소장엔 그런 기재는 없다.
정 실장 측은 재판에 돌입하면 이번 공소장이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의 원칙이다.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공소장에 기재하면 법관이나 배심원이 유죄의 선입견을 갖게 돼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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