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두번째 신병확보 시도…이임재·박희영 등 4명 구속영장

이임재 '허위공문서' 추가…112상황실장도 재신청
구청 간부 2명 첫 영장…재난과장 '직무유기' 추가
'공동정범' 성립 관건…특수본 "공모관계 입증"

[이데일리 이소현 황병서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 혐의가 적용되는 경찰과 구청 간부 4명의 구속영장이 20일 청구됐다.

이임재(왼쪽)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사진=이데일리·연합)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구속영장을 신청, 주요 피의자 신병확보에 나선 것은 지난 1일 이후 두 번째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지 15일 만이다.

특수본은 경찰과 구청 주요 피의자들이 참사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묶인 만큼 영장을 일괄 신청하는 게 법원 설득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에 따라서 공모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아 임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앞서 특수본은 같은 혐의로 지난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지난 5일 기각돼 보강수사를 통해 이번 두 번째 구속영장에 부하 직원을 시켜 상황보고서에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를 추가했다.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자신이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았다고 특수본은 판단했다.

참사 초기 현장에서 경찰 대응을 지휘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신청됐다.

이어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수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1차적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주체가 없는 행사라도 지자체에 1차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규모 인파행사 있을 때 사전에 안전관리 대책을 세워서 안전요원 배치, 일방통행, 차 없는 거리, 무정차 통과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사고 발생 후 지자체는 지역 대책본부로서 재난대응 활동을 제대로 수행했어야 하는데 아주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특수본은 구청의 재난안전 관리부서가 사고 전후 안전관리 예방대책과 사후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실무 책임자인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에 직무유기 혐의까지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그간 안전재난과장에 대해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안전관리계획 수립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사고 발생 후에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치 등을 의식적으로 방기한 사실이 확인돼 직무유기 혐의로 추가 입건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등 경찰과 구청 간부 5명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특수본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이들 중 4명의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문인환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여부는 오는 2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특수본은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들이 본격 수사를 앞두고 증거를 인멸하려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을 파악했다. 본인 형사 사건인 만큼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지만, 구속해야 하는 사유로 증거인멸 관련한 우려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다만 특수본은 애초 공동정범으로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용산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 관련 피의자는 이번에 제외했다. 특수본은 참사 직후 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하는 등 부실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서 하차하는 승객이 많이 늘어나는 데도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 다른 피의자들 신병처리 방향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이소현 (atoz@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