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없는 여당 당권 레이스…결선 도입에 ‘2강 들기’ 치열
국민의힘 전당대회 규칙과 시기가 사실상 정해지면서 당권주자 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확실한 수위 후보가 없는 가운데 ‘당원투표 100%·결선투표’ 도입으로 ‘1차 투표에서 2등 안에만 들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친윤(석열)계 후보들 사이 견제가 치열하다. 비윤(석열)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0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를 당원 선거인단 투표로만 선출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간 결선투표를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은 내 것’이라 주장하며 맞붙었다. 김 의원은 전날 안 의원이 당원투표 100%에 반대하며 “골목대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한 것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 대표를 골목대장이라고 폄하하면서도 그 당 대표는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인지부조화”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지난해 김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의 선전을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것을 지적하며 “이렇게 180도로 말을 바꿀 수 있느냐”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김기현 의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나 전 의원은 전날 “어느 당권주자와도 이른바 연대라는 것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같은 날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겼다며 “(나 전 의원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강연 정치’에 주력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달 7일부터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발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MBC에서 “막장드라마 배후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윤핵관들이 누구 믿고 이렇게 설치겠느냐”며 “유승민이 1차 투표에서 1등 하면 윤핵관들이 똘똘 뭉쳐서 저를 떨어뜨리려고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권력에 기생해 민심에 반하는 언행을 한 사람은 공천에서 완전 배제할 것”이라며 윤핵관 총선 공천 배제도 시사했다.
당권주자들이 치받는 것은 바뀐 전당대회 규칙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뚜렷한 선두권이 없는 데다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자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또, 결선투표 도입으로 친윤계 주자들도 비윤계 당선을 막기 위한 단일화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단 2등 안에만 들자’는 생각을 가져볼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결선투표가 도입됐기 때문에 중간에 후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굉장히 (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 1·2위 후보가 누가 될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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