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제발… 제발… 혐오를 멈춰주세요”
경찰·용산구 “막을 법 없어”
민변 “2차 가해 당장 중단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차린 시민분향소가 극우단체와 유튜버들로부터 혐오 발언의 표적이 돼 몸살을 앓고 있다. 유가족들은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경찰과 서울 용산구청은 수수방관하며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스스로 ‘지역 주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 들어왔다.
이 여성은 유가족들을 향해 “시체팔이” “너네 딴 데 가라” 등 막말을 했다. 몇몇 유튜버들은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으며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분향소 인근에 있던 유가족들은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희생자 A씨의 모친은 오열하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
문제를 일으킨 여성은 분향소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 극우단체 ‘신자유연대’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희생자 A씨의 부친은 텐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만 좀 하시라”고 빌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10시쯤에도 앞선 사례와 유사한 모욕적인 언사를 유가족들에게 내뱉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희생자 B씨의 가족이 절규하다 그대로 주저앉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시민분향소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20일 “49재 당일에는 경찰이 (대통령실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겹씩 바리케이드를 쳤는데, 이곳은 그때처럼 왜 못 막느냐”고 되물었다.
신자유연대 회원들은 이따금씩 현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비난하는 발언도 하고 있다. 현장에 세워놓은 차량과 거리에 ‘이태원 참사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고 적힌 현수막도 걸어뒀다.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경찰은 물리적 충돌만 없게 한다는 식으로 중간에 설 뿐 발언들이 계속되도록 놔두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신자유연대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집회·시위 등을 하고 있다며 제지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표현이 잘못됐으니 표현하지 말라는 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분향소는 구청에 신고하고 승인받아야 해 구청 소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 조치에 나서지 않는 것은 용산구청도 마찬가지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 차원의 조치는) 현재 검토된 바가 없다”고 했다. 분향소 설치 전날 시민대책회의가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집회·시위 장소의 경합이 아니라 피해자, 생존자에 대한 혐오 행위의 문제”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분향소에서 자행되는 2차 가해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특수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임재 전 서장 구속영장 청구
- 국민의힘, 국조 복귀…21일 현장 조사 참여
- 용산구 통합관제센터, 파견직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