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임재 前용산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영장
박 구청장 등 간부 2명 첫 영장…"재난 대비 1차 책임 크다" 판단
용산소방서장·이태원역장은 제외…"추가 수사 후 처리 방향 결정"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두 번째 신병 확보 시도에 나섰다.
서울서부지검은 20일 특수본의 신청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다시 청구했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지 15일 만이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또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한 직후 자신이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추가로 적용됐다.
앞서 특수본은 이달 1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만 이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후 특수본은 구속 사유를 보강하고자 이 전 서장이 용산서 직원을 시켜 상황보고서에 자신의 참사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서장이 해당 보고서를 '꼼꼼하게 살폈다'는 작성자 진술과 관련 증거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이 전 서장이 직접 검토하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해 혐의를 추가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기각된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보강해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상관인 이 전 서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아 용산서 차원의 구호조치가 늦게 이뤄졌고, 현장 통제를 미흡하게 해 구조를 지연시킨 혐의도 적용됐다.
특수본은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 2명의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1차적 책임이 있는 관할 구청 수장으로서 경찰보다 혐의가 무겁다고 본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영장에 적시했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구속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 외에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 과장은 핼러윈 안전조치 책임이 있는 주무 부서 책임자로서 부실한 사전 조치로 참사를 초래하고, 사후 대응도 미흡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또 참사 발생 후에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방기한 혐의(직무유기)도 적용됐다.
이들이 주최자 유무와 상관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의 경우 사전에 안전요원 배치나 일방통행,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 등 안전관리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는 게 특수본의 시각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을 비롯한 특수본이 신청한 4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2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구청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해선 수사미진을 이유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막판까지 신병 확보 여부를 고심한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과 송은영 이태원역장은 수사가 아직 미진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 서장은 참사 직후 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하는 등 부실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송 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서 하차하는 승객이 크게 늘어나는 데도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입건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두 사람에 대해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 운영과 관련한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 소방청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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