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이젠 '개천의 용' 못 나오는 나라

2022. 12.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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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고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겁니다.

중국 황하에 '용문'이라는 여울목은 물살이 너무 드세 물고기가 거슬러 오르기 힘들고 그래서 이곳을 통과하는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입신출세한 이들을 일컬어 등용문에 올랐다고 하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죠.

그런데 요즘은 옛말이 돼버렸습니다. 금수저, 흙수저 하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등용문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지난해 부모의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그러니까 하위 25%인 가정의 만 22세 자녀 중엔 41%가 4년제 이상 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4분위(상위 25%)에서는 68%가 4년제 이상 대학에 갔죠.

또 부모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다니 자녀의 대학 진학률은 부모의 경제력과 비례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지만 대학생에게 투자하는 공교육비는 OECD 평균보다 낮은 하위권이란 걸 아십니까.

대학 가면 다 끝이라는 후진적인 생각 때문 아닐까요. 사실 인생의 진짜 시작은 그때부터인데 말이지요.

교육에서 가장 좋은 건 혼자서도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건데 지금의 공교육은 이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교과서 종류가 수십 가지라 수능 공부 따로 내신 공부 따로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선 사교육 없이 둘 다 잘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용문의 급류를 오르지 못한 물고기는 점액이라 칭합니다.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는 뜻으로 급류에 도전하다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며 떠내려가는 경쟁의 패배자를 일컫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높다는 이유로 용이 되고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점액이 된다면 바른 사회일까요.

진짜 실력 있는 인재가 물에 흘러가지 않게 돈 없어도 부모 지위가 높지 않아도 내가 열심히만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개혁일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젠 '개천의 용' 못 나오는 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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