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규’석기 시대! 반도체판 ‘왕좌의 게임’ 재밌게 보려면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자 이 같은 내용의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삼성전자가 왕좌를 내줬으니 단연 큰 뉴스거리였죠. 동시에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중요성과 TSMC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수록 우리와 반도체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기기 사양을 비교할 때는 장치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의 제조사를 확인하고,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살 때는 반도체 종류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죠.
하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의 산물인 만큼 당장 위 기사에 등장하는 용어와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는 데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죠.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판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에 문외한인 사람은 규소를 유리의 주원료 혹은 모래를 구성하는 물질로 알고 있을 겁니다. 이 흔한 물질이 어떻게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USB메모리를 구성하는 반도체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반도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칩 형태의 반도체는 사실 ‘반도체 소자’라고 불러야 정확합니다. 혹은 ‘반도체로 만든 전자 소자’ 정도로 풀어 쓸 수 있습니다. 소자는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전자 부품인데 반도체 소자를 역할에 따라 분류하면 CPU나 AP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 D램과 SSD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로 분류할 수 있죠.
이런 반도체 소자는 수백에서 수백억 개의 단위 소자를 하나의 칩에 모아(집적해) 만들어지는데 이 단위 소자를 만들 때 반도체가 쓰입니다. 전류가 흐르고, 흐르지 않는 두 개의 상황은 곧 디지털 신호에 쓰이는 두 숫자 0과 1로 바뀌고 이런 신호의 조합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연산하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주력 제품 외에 반도체 기업을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설계와 생산 여부입니다. 둘 중 하나만 하는지 아니면 둘 다 하는지에 따라 총 3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판매하는 기업을 ‘종합 반도체 회사(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IDM)’라고 합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여기에 해당하며 해외 기업으로는 마이크론과 인텔이 있습니다.
‘팹리스(Fabless)’는 반도체 생산 공장인 팹(Fab)을 보유하지 않고 설계와 판매만 하는 기업으로, 퀄컴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파운드리는 설계는 하지 않고, 이미 설계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합니다. TSMC와 한국 기업인 DB하이텍이 있죠. 자연스럽게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입니다.
또한 시스템반도체는 요즘 같은 불황에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제품이 생산되는 주문형 방식이어서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른 급격한 시황 변화가 없고, 특정 산업의 불황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생산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요가 줄면 재고가 쌓이고,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줄어들죠. 지난 11월 기준 D램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40%가량 줄었습니다.
TSMC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000억달러에 가깝습니다. 시스템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성장하는 ‘우상향 사업’입니다. 5세대이동통신(5G),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고객과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이죠. 경기가 불황일수록 반도체 시장 패권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곳은 TSMC가 유일합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성장률은 -0.1%로 오히려 역성장해 격차가 더 벌어졌죠.
파운드리 사업의 중요성을 체감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투자를 유지하는 한편 기술력을 앞세워 TSMC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6월 TSMC보다 먼저, 그리고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시작하면서 고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가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반도체 시장 불황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불황에 격차를 벌리고 있는 TSMC와 추격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 여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반도체 기업이 신흥 세력으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내년에 펼쳐질 반도체 왕좌의 게임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우승하면 ‘옷벗겠다’ 공약 논란…크로아티아 미녀 직접 입 열었다 - 매일경제
- 소속팀 복귀 이강인, 동료들에게 맞고 차이고…격한 ‘환영식’ - 매일경제
- “벼락거지 면하려다…” 밤잠 설치는 영끌거지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태아 시신을 제단에 올리다니…트럼프 지지 美신부의 최후 - 매일경제
- 정부 압박에 … 대출금리 19개월만에 내렸다 - 매일경제
- “中부동산, 日버블처럼 터질 수 있다…한국에도 불똥” - 매일경제
- “속옷 다 보인다” 40만가구 엿본 해킹범…잡고보니 보안전문가 - 매일경제
- “너희 아빠도 투잡이니?”…부업 뛰는 家長 역대 최고로 늘어 - 매일경제
- “이자 무서워 새차 살 엄두 안나”...속타는 현대차·기아 주주 [이종화의 세돌아이] - 매일경제
- 1부터 1002까지…숫자로 보는 리오넬 메시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