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밭떼기 계약’ 산지 폐기 반복…“표준계약서 활용 강조”
[KBS 청주] [앵커]
얼마 전 이른바 '밭떼기 계약'을 했다 산지 폐기 위기에 놓인 배추 농가의 안타까운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밭떼기 계약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안정적인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아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계약이 쉽게 파기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무슨 일 이슈', 송국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배추밭에 다 자란 배추들이 뿌리째 뽑혀있습니다.
이른바 '밭떼기 계약'을 한 유통업체가 사들이기로 약속한 배추들입니다.
그런데 최근 배춧값이 하락하자 업체가 갑자기 매입 금액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농민은 결국, 출하를 포기했습니다.
[김문석/배추 농민 : "(1kg당) 270원에 계약을 했다가 220원으로 줄여서 가져가겠다? 이건 농민 입장에서 보면 업자들이 가격 폭리밖에 취한다고 볼 수밖에 없거든요."]
같은 업체와 계약한 또 다른 농민도 업체가 출하를 연기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배추 출하가 늦어지면서 다른 판매처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미 업체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밭떼기 계약을 한 이상 위약금을 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권완종/배추 농민 : "'어떻게 처리를 해라' 이런 얘기도 없어서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던 거죠. 저는."]
하지만 유통업체 측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한 포기 당 2.8kg 이상의 상품성이 좋은 배추만 사들이기로 계약했다며, 약속대로 물량 대부분을 매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배추는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통업자/음성변조 : "어느 누가 상품성이 없는 배추를 가져오겠어요. 통상적으로 조금 안 좋은 물건도 90% 이상은 갖고 왔다고 생각하고."]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일까?
하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농민과 유통업체가 서면이 아닌 구두로 배추 밭떼기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처럼 계약 내용에 대한 분쟁과 가격 등락에 따른 일방적인 계약 해지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2013년, 표준계약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계약서에 농산물 수확과 반출 기간, 반출 지연에 따른 변상, 손실 부담 등을 명시해 분쟁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김혜은/변호사 :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면) 어떤 계약금액이 얼마인지 손실보상이 어떻게 되는지 다툴 필요가 없는 거죠. 명시적으로 계약을 써 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일부 유통업체들의 경우 가격 폭락 등의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표준계약서 작성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창희/동청주농협 판매계장 : "배춧값이 폭락하더라도 다 이행을 해야 되니까 그러다 보면 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부대 비용이나 이런 부분들이 배추 물때(계약금액)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 고스란히 그것은 본인들의 손실이 되니까."]
농민 또한, 거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유통 업체들이 혹시라도 계약을 거절할 것을 우려해 표준계약서 작성을 고집하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절임배추 영농조합 법인 대표 : "(유통업체는 표준계약서 작성을) 안 하려고 하지. 과거에도 그렇게 해서 자기네(농민)들이 계약했을 때 (표준계약서 작성을) 안 한다고요."]
밭떼기 계약은 개인 간 거래인 만큼, 정부 개입도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과거, 거래 피해가 잦은 양배추와 양파 품목에 표준계약서 의무 사용을 적용했지만, 다른 품목으로까지 더이상 확대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유통업체는 피해 회피를 위해, 농민은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이 외면되면서 농작물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밭떼기 거래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국회입니다.
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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