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판 깔리자…SK E&S 5조 수소투자에 '날개' 달렸다
정부가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세계 최대 청정수소 생산 플랜트 구축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과 함께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액화천연가스(LNG) 냉열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운영을 포함한 74건의 실증특례·임시허가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날 SK E&S는 "한국중부발전과 협력해 충남 보령에 세계 최대 규모 블루수소 생산 및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청정수소 생산과 액화를 위한 플랜트 구축에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E&S는 중부발전과 공동으로 보령에 위치한 LNG터미널에 블루수소 생산·액화기지를 구축한다. SK E&S는 LNG를 기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하 162도의 냉기를 활용해 수소를 액화하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수소는 부피가 커 운송 시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데, LNG에서 발생하는 '냉열'로 수소를 액화하면 비용도 줄이고 운송 경제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SK E&S는 LNG 냉열을 활용한 수소액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기존 규제는 LNG 터미널 안에 설치되는 LNG 배관에 대한 안전 기준만 있어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까지 LNG 배관을 끌어오는 일이 불가능했다.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고 경제성이 확실해도 안전 기준이 갖춰지지 않아 사업이 좌초될 상황이었다.
이날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는 기존 기준을 차용하는 한편 가스안전공사와 협의해 새로운 안전 기준을 신속히 만들어 설치를 도울 계획이다.
규제샌드박스는 법·제도가 없는 신사업 분야 또는 낡은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야의 기업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모래 놀이터'처럼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사업을 허가하는 것이 골자다.
SK E&S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 청정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는 계획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SK E&S는 플랜트에서 연간 25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중 20만t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근 지역에 공급하고, 5만t은 액화해 전국 수소충전소에 공급한다.
SK E&S 측은 LNG의 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하면 연간 수백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인 덕에 연 15만6000t의 탄소 간접 배출도 감축할 전망이다.
SK E&S와 중부발전이 추진하던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도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았다. 수소경제를 위해서는 액화가 필수적이지만 액화수소 플랜트에 관한 기술·안전 기준이 없어 제도가 정비되기 전에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규제심의위에서는 수소액화 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특례승인·임시 허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연료전지 추진 선박이다. 현행 선박안전법과 수소법에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선박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제조 사업의 인허가와 제품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규제심의위는 탄소 배출이 많은 선박의 탄소 감축을 돕기 위해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전기차 충전기를 소형화하기 위한 실증특례도 승인됐다. 주차장 바닥에는 차가 일정 이상 후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 블록이 설치돼 있다. 전기차 충전기를 만드는 두루스코이브이는 이 주차 블록 모양으로 제작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규제특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다.
기존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은 전기차 충전기가 지면에서 0.4~1.5m 위에 있도록 규정했는데, 새로운 안전 기준을 국가기술표준원과 협력해 만들 계획이다. 바닥에 붙어 있는 형태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해지면 충전기에 필요한 공간이 줄어 전기차 보급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하기 위한 실증특례도 나왔다.
바다 위에 설치하는 해상 태양광발전은 전기를 육지와 연결하기 위해 바닷속에 길게 해저 직류 케이블을 늘어뜨려야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중국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 전기실(스코트라)이 실증특례를 받았다. 케이블 길이가 줄어들면 해상 태양광발전 단가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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