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민원인에게 뺨 맞은 공무원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지난 9일 천안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민원인이 들어옵니다.

겉옷을 벗고 소매를 걷어붙인 이 남성은 화가난 듯 공무원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소리도 지릅니다.

발급받은 여권에 불만이 있었던 이 민원인은 행정복지센터 이곳저곳을 누비며 난동을 피웠는데요.

급기야 가지고 있던 여권을 바닥에 던져버렸고 지켜보고 있던 공무원 A씨가 이 여권을 다시 주워서 차분히 민원 응대를 합니다.

그런데 이 민원인, 갑자기 다짜고짜 A씨의 뺨을 내려칩니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뺨을 맞은 공무원, 안경이 벗겨지고 한동안 고개도 가누지 못했습니다.

공무원을 폭행한 뒤에도 이 민원인은 한동안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는데요.

다른 공무원들이 민원인에게 물을 떠다 주면서 달래는 모습도 보였고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고 나서야 그의 난동이 끝났습니다.

뺨을 맞은 공무원 A씨는 지난해 입사한 20대 새내기였는데요.

입안이 터지면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요.

며칠 간 병가 후 다시 출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A씨의 한 동료 공무원은 "연차가 쌓인 공무원이라면 이런 민원인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일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컸을 것"이라고 염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오윤성/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자기가 요구하는 것이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화풀이하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쓰는 그런 일들이 사실 비일비재하다는 거죠. 그것은 내가 너보다 더 나이도 많고 내가 너에게 내 세금으로 봉급을 줘서 생활하는 그런 계층이 공무원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는 거죠."]

폭언과 욕설, 협박, 폭행에 성희롱까지 민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공무원 피해는 지난 2020년 기준 3년 만에 1만 1천여 건이 늘었는데요.

정부에서 집계한 이래 가장 많았고, 하루에 126건꼴이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민원인에 의한 공무원 폭행, 최근 시들해지고 있는 공무원 인기와 높아지는 공무원 조기 퇴사율의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5년 미만 조기 퇴사 공무원이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지자체에서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하고, 목에 걸 수 있도록 만든 녹음, 촬영 기계를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무원 폭행이 발생한 천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아직은 큰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겁니다.

[송영신/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이런 폭행 사건의 피의자가 처벌이 너무 약하다. 좀 강력하게 처벌해 줄 그런 법적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고요. 도청이나 정부 부처 이런 곳은 누군가 들어가려면 신원 확인하고 이런 절차를 다 거쳐야 하는데 유독 지방자치단체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누가 들어오는지 어떤 부서에 가는지 누구의 인계를 받고 뭐 이런 절차가 좀 마련이 돼야…."]

장기적으로는 학교 같은 교육기관에서 공무원과 국민의 관계에 대해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는데요.

국가의 역할 중 하나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거죠. 그리고 그런 국가의 일을 맡은 공무원들, 그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나와 내 가족의 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고요.

부당하고 악의적인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법과 제도에도 빈틈이 없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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