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게릴라 시위 일단 멈췄다
吳시장 휴전 제안 받아들여
시민들 불만 폭주도 부담
오이도역 집회부터 중단
252일 차를 이어오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이 국회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잠정 중단된다. 서울시와 전장연이 출근길 집회의 쟁점은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이고 해결의 키는 국회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루면서다. 전장연은 21일 오이도역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집회부터 멈추겠다고 밝혔다.
무정차 통과와 '기습시위'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 가던 서울시와 전장연이 20일 화해 무드로 선회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오후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 달라"는 제안을 꺼내면서다. 오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장연 지하철 탑승시위, 휴전을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증액'을 주장해왔고 국회는 전장연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에 합의한 상태"라면서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한 이유는 '장애인 예산안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국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전장연이 미워서가 아니라 정치적 사건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니 국회에서 관련 예산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는 경우 시위 재개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제안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제안에 전장연은 이날 오후 바로 화답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전장연이 원하는 것은 차별적인 사회적 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자세와 소통"이라면서 "오세훈 시장님의 제안을 책임 있는 소통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오 시장에게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를 내실 있게 진행해 줄 것도 함께 제안했다. 지난 7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이 조례는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양측이 합의를 이룬 이날 아침 출근 시간대까지도 무정차 통과를 앞세운 서울교통공사와 게릴라시위를 꺼내 든 전장연의 대응으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20분쯤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충정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역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약 20분간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날 선전전은 사전 장소 공지 없이 이뤄졌고, 이동 동선 역시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까지 간다는 당초 계획을 기습적으로 뒤집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광화문역 기준 하선 11분, 상선 2분30초 지연이 생겼다.
전장연이 장애인 이동권의 상징물로 들고 다니는 '사다리'를 두고서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장연 측은 "서울교통공사가 규정을 들이대면서 사다리 출입을 막았다"며 "가로·세로 154㎝, 무게 1.5㎏의 사다리를 다시 제작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 제35조는 '길이·너비·높이 158㎝ 이상인 물품과 중량이 32㎏을 초과하는 물품을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교묘히 피해 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철도안전법 제42조에 의거해 이 같은 사다리를 위해물품으로 판단해 휴대하거나 적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이면서 지하철 1호선 운행이 4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기습시위에 대해 경찰과 서울시도 이렇다 할 대응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출동했지만 "경찰이 집시법 위반에 대해 경찰 채증을 시작한다" "시민들, 승객들 이동이 곤란한 상황으로 경찰관들은 승객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 달라"며 협조를 구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와 공사 역시 무정차 통과 이상의 조치까지 나아가지는 않는 기류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전장연 집회가 진행되는 역사에는 70~100명의 직원을 배치하도록 조치한 상황"이라면서 "각 역사 직원이 전장연 집회를 주도하는 활동가의 인상착의를 포착해 집회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전장연의 출근길 집회가 주로 선전 효과가 큰 역사와 노선에서 이뤄지는 만큼, 주요 역사와 노선을 중심으로 집회 사전 대응 조치를 취했다.
양측의 합의로 21일 오이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전장연의 253일 차 출근길 집회는 열리지 않는다.
[박제완 기자 / 한상헌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우승하면 ‘옷벗겠다’ 공약 논란…크로아티아 미녀 직접 입 열었다 - 매일경제
- 소속팀 복귀 이강인, 동료들에게 맞고 차이고…격한 ‘환영식’ - 매일경제
- “벼락거지 면하려다…” 밤잠 설치는 영끌거지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범인 잡으면 455억원 주겠다”…5년전 부모 잃은 아들의 파격제안 - 매일경제
- 태아 시신을 제단에 올리다니…트럼프 지지 美신부의 최후 - 매일경제
- 내일 출근길 눈폭탄…“새벽부터 수도권에 시간당 3㎝ 폭설” - 매일경제
- 정부 압박에 … 대출금리 3種 내렸다 - 매일경제
- “이자 무서워 새차 살 엄두 안나”...속타는 현대차·기아 주주 [이종화의 세돌아이] - 매일경제
- 일본도 항복선언…사실상 금리인상에 국제금융 ‘와르르’ [매부리TV] - 매일경제
- 1부터 1002까지…숫자로 보는 리오넬 메시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