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 내밀어줬어야지”…국민의힘, 이태원 참사 유족 뒤늦은 만남
“주호영 원내대표님, 왜 안오셨습니까?”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20일 주 원내대표를 향해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들과 주 원내대표를 막 만난 참이었다.
참사 발생 53일 만에야 여당 의원들이 자리를 마련한 데 대한 원망 섞인 물음이었다. 이 대표는 “추모관이 아직까지 준비가 안 돼서 임시로 조촐한 꽃 한 송이와, 제단 없이 영정과 위패만 올려놓고 추모하는 중”이라며 “여당 의원님들에게 저희가 사과하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왜 아무도 안 보였나”라고 말했다.
이날 유족과 여당 의원들의 만남은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마련됐다. 이 대표를 포함한 유족 19명이 간담회장을 찾았다. 사전 뜻과 달리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되지는 않았다. 간담회장 이쪽저쪽에서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유족 한 명이 화내며 원망을 쏟아내면 다른 유족들은 머리를 내린 채 울었다.
유족들은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이유로 사퇴한 것에 분노를 표했다. 이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이 장관 해임건의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나”라고 질문한 뒤 “‘이거 주면 이거 할게, 이거 하면 이거 줘’, 국회가 무슨 애들 장난인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아들인 배우 이지한씨의 죽음을 말하며 울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안았다.
또 다른 희생자의 유족인 이정민 부대표는 억울하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저희가 정치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자꾸 우려하는데, 하나라도 있으면 말해보라. 그런 게 염려스럽고 우려됐다면 먼저 손 내밀고 저희를 이끌어줬어야 하지 않나.” 유족이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갖고 목소리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유족 중에는 국민의힘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 비참함과 실망감에 빠져있다”고 했다.
참사 희생자 박가영씨의 어머니는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참사 현장 인근인 녹사평역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찾아와 유가족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원님들 지지하는 분들이 오셔서 우리 애들 영정에 대고 ‘개딸X들’이라고, ‘이XX 저XX’라고 욕한다. 그런 얘기를 듣다가 저희는 기절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인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시체팔이 족속’이라며 유가족 모욕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것도 언급했다. 김 의원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아빠들은 (김 의원 글에) 화가 났지만, 엄마들은 ‘그 사람도 새끼를 잃으면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그것(김 의원 글)에 힘입어 10배로 저희에게 한다”며 여당 의원들에게 모욕성 발언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제발 내일 당장이라도 국정조사에 복귀해달라”고 청했다. 이 부대표는 “희생자 158명은 아깝게 목숨을 잃었지만, 그 가족들 600명은 모두 삶을 잃었다”며 “처참하고 힘들고 하루하루 지옥같이 산다. 그런 마음을 보듬어주지 않으면, 정부가 왜 필요하고 여당이 왜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여당을 향한 요구와 별개로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요구사항을 담아 전달했지만 지난 16일 참사 희생자들의 49재까지 이렇다할 답변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대표는 “국정조사 결과가 부진하거나 저희가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에는 참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히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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