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어깃장에 묻힌 삶과 사상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릴 것”

최재봉 2022. 12. 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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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8일 별세한 김지하 시인을 기리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이부영 이사장은 "김지하 시인은 팔십 평생을 소용돌이치듯 살았다. 그만큼 치열하다보니 부딪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에서나 문화예술 활동에서나 그가 끼친 영향은 대단히 의미 있고 심장한 것이었다. 말년에 조금 어깃장을 부려서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그것은 김 시인이 세번째 감옥에서 죽음을 겪고 나오면서 얻은 생명사상에 대한 깊은 확신에서 나온 어깃장이라고 생각한다. 원주 빈소에 갔을 때 생각보다 쓸쓸해서 마음에 충격이 컸다. 그래서 절대로 김 시인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49재와 추모문화제를 마련했었다. 내년 1주기 행사를 통해서 각 분야별로 더 의미 있는 연구 작업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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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 열다’
추진위, 추모문집 출판기념 간담회
새해 5월 1주기 심포지엄·전시 등
왼쪽부터 이부영, 유홍준, 염무웅, 송철원 추모위원. 최재봉 선임기자

지난 5월8일 별세한 김지하 시인을 기리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추모문집이 나왔고 내년 1주기에 맞추어서는 성대한 심포지엄과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위원장 염무웅)는 20일 낮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모문집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모시는사람들)를 소개하고 1주기 기념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염무웅 위원장과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임진택 창작판소리연구원 원장,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 밴드 ‘양반들’ 리더인 가수 전범선씨 등이 참석했다.

추모 문집에는 김 시인의 별세 뒤 그의 동료와 후학들이 화해와 용서, 이해와 승화의 마음으로 쓴 글들이 묶였다. 이부영 이사장의 서문과 함세웅 신부의 추도사를 필두로 황석영·최원식·이동순·채희완·임진택·송철원·미야타 마리에 등의 글이 실렸다.

12월20일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임진택(맨왼쪽) 판소리 명창이 내년 1주기 추모 행사를 설명하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염 이사장은 “김지하 시인이 떠난 뒤 그의 회고록 <흰 그늘의 길>을 읽으며 새삼 감탄했다. 이 책은 무엇을 전공하든, 196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의 서라고 생각한다. 그는 시인이자 문화운동가였고 생명운동가이기도 했는데, 이런 여러 분야의 활동을 꿰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앞으로 연구자들이 밝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부영 이사장은 “김지하 시인은 팔십 평생을 소용돌이치듯 살았다. 그만큼 치열하다보니 부딪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에서나 문화예술 활동에서나 그가 끼친 영향은 대단히 의미 있고 심장한 것이었다. 말년에 조금 어깃장을 부려서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그것은 김 시인이 세번째 감옥에서 죽음을 겪고 나오면서 얻은 생명사상에 대한 깊은 확신에서 나온 어깃장이라고 생각한다. 원주 빈소에 갔을 때 생각보다 쓸쓸해서 마음에 충격이 컸다. 그래서 절대로 김 시인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49재와 추모문화제를 마련했었다. 내년 1주기 행사를 통해서 각 분야별로 더 의미 있는 연구 작업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홍준 이사장은 “사실 말년의 김 시인은 심신이 정상이 아니었는데,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말하기 힘들었다. 그분의 언행은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2018년 낸 산문집과 시집을 보아도 쇠약한 상태라는 게 글에서 다 보인다. 49재 때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늦도록 자리를 같이했던 것은 많은 이들이 김지하에게 지니고 있던 마음의 빚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지하는 우리의 삶과 역사 속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선씨는 “생전에 김지하 선생님을 한번도 뵌 적이 없다. 저는 기후운동과 동물권 등 생명운동을 하다가 선생님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한살림선언’을 비롯해 선생님이 남기신 글들이 20세기에 나온 그 어떤 글보다 우리 세대에게는 가장 절실하고 가치 있게 느껴졌다. 생명과 지구를 생각하는 젊은이로서 그 분의 삶과 글을 존경하고 어떻게 우리 세대에 계승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가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김지하 시인의 1주기를 기념하는 심포지엄은 내년 5월6~7일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다. 또 5월4~9일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는 ‘꽃과 달마, 그리고 흰 그늘의 미학’ 주제로 1주기 추모 서화전이 열린다. <상계동올림픽>과 <송환> 의 김동원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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