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TT 삼국지는 아직?…'왓챠' 인수 발 뺀 LGU+
기사내용 요약
LGU+, 토종 OTT 왓챠 인수 사실상 백지화…전환사채 문제 등 걸려
SKT·KT 이어 LGU+도 OTT 진출 기대됐는데…'아이들나라'만 OTT화?
"왓챠, 기술 시스템 매력 있지만 콘텐츠 아쉬워…인수 고민 커질 수밖에"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LG유플러스가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의 인수를 포기했다. SK텔레콤-웨이브, KT-티빙(시즌), LG유플러스-왓챠의 합종연횡을 기반으로 기대됐던 통신3사와 OTT업계의 3파전이 다시금 멀어지게 됐다. 다만 LG유플러스가 자사의 키즈 콘텐츠 플랫폼이 '아이들나라'의 OTT화를 이미 천명한 만큼 여전히 LG유플러스의 OTT 사업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가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LG유플러스가 '유플러스 3.0' 시대 개막을 선언하면서 플랫폼 사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힌 만큼 왓챠 인수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끝내 불발됐다.
LG유플러스, 왓챠 400억 신주 인수 계획 철회…CB 문제·FI 반발 걸림돌된 듯
'웨이브 보유' SKT, '콘텐츠로 티빙과 연합' KT…LGU+, '아이들나라' 外 OTT 진출은 아직
왓챠는 지난해 말 CB를 발행해 49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해야하는데 LG유플러스가 최대 주주에 오를 경우 CB 보유사들의 상환 요청으로 인해 투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고, 왓챠의 FI들 또한 신주 발행이라는 인수 방식에 반발하는 등 인수를 개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는 인수를 타진하려 했으나 왓챠 측과의 주도권 문제를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도 있다.
LG유플러스의 인수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왓챠가 다시금 표류하는 모양새다. 왓챠는 격화되는 OTT 시장 내 경쟁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며 지난 2분기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액이 연결기준 708억원, 영업적자 248억원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꺾인 것의 영향이 컸다. 월간활성이용자수도 올해 8월 60만명 대비 10월 54만명으로 10%가량 줄었다.
왓챠는 지난해 말 CB 발행으로 490억원을 조달하면서 기업가치를 3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는 1000억원 규모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했으나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의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인수합병설까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왓챠 측은 "매각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투자 유치 등을 언급하며 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번 LG유플러스의 인수설과 관련해 박태훈 왓챠 대표는 이날 오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경영권 매각보다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 곳으로만 집중하는 게 아닌 다방면으로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왓챠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인수 철회와 관련해 "LG유플러스의 인수설과 관련해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대표님의 언급 또한 명확하게 LG유플러스와 관련된 것은 아니고 회사 전반의 기조를 언급하신 것"이라며 "왓챠의 공식 입장은 다양한 방향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OTT 사업 본격 진출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이미 한 발 앞서 OTT 분야에 진출해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상파 3사와 손잡고 출범한 '웨이브'를 계열사(최대 주주 SK스퀘어)로 두고 있고, KT의 경우 OTT '시즌'을 자체 운영해오다가 국내 1위 OTT인 티빙에 시즌을 흡수시킨 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KT가 자체 OTT를 포기하긴 했지만 콘텐츠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티빙과의 연합을 강화하는 등 시장 자체에서 철수하진 않았다.
이렇듯 SK텔레콤과 KT가 앞서 진출한 OTT 시장에 LG유플러스도 왓챠 인수를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사와는 다른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돼 왔다.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설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키즈 플랫폼 '아이들나라'의 OTT 독립 추진이 대표적이며, 이외에도 지상파, CJ ENM 출신 PD를 영입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IPTV 서비스인 'U+tv'를 다양한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OTT TV'로 탈바꿈시킨 것도 LG유플러스의 OTT 시장 본격 진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왓챠 인수설, 인수 철회설 등을 두고 모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OTT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이미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왓챠 인수가 불발되더라도 사업을 확장할 공산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키즈 OTT계 넷플릭스'를 목표로 OTT 전환을 공식화한 아이들나라와 같이 다소 규모가 작되 타겟이 명확한 자체 OTT를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과 관련된 것을 아예 가지지 않은 채로 곧바로 OTT에 뛰어드는 사업자라 한다면 기술적인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해놓은 왓챠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완전히 맨 땅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왓챠는 시스템은 갖췄지만 OTT의 핵심 자산인 콘텐츠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술 인력만 필요한거면 사실 인수가 아니라 인재 영입만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하려면 시스템과 콘텐츠를 모두 살펴야 한다. 이번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 철회 등의 경우에도 이런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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