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전기요금 인상, 서둘러야 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전기요금 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전의 채권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상당하지만 물가를 관리하는 기재부는 물가가 안정된 다음에 올리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미뤄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채권시장의 안정이다. 지난 9월 28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회사채 시장의 위기는 정부의 50조 원 대책 등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뇌관은 금년 중 지난해보다 두 배가 넘는 22조4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한 한전이다.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2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전이 무려 11%의 몫을 떼어간 것이다.
정부나 다름없는 최고 신용등급의 공기업인 한전이 높은 금리로 채권을 많이 발행하면 투자자에게는 좋다. 문제는 내년 초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전이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하면 신용도가 낮은 캐피탈,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 회사나 중소·중견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그 여파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전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싹쓸이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적절한 전기료 수입을 통해서 적자를 줄여 주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공기업의 '건실한 경영' 확보다. 내년도 요금인상의 근거가 되는 금년도 기준연료비가 이미 100% 이상 올랐다. 요금인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한전은 막대한 적자가 누적된 부실기업이 될 것이다. 건실한 경영이 불가능해지면서 한전은 국민경제를 좀먹게 될 것이다. 공공요금은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적절하게 현실화해줘야 한다. 이를 미루면 일시적으로야 민생 부담이 커지지 않으나, 공기업의 경영이 부실해지고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져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요금 조정을 계속 미뤄왔다. 지난 정부가 탈원전 비판을 우려해 그랬지만 이번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한전과 같은 거대 공기업이 부실해져서 국민 경제 전체가 멍든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저유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국영 공기업인 PDVSA의 적자 경영을 방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베네수엘라는 국민에게 기름은 싸게 쓰게 하자는 취지로 석유값을 통제함으로써 PDVSA의 경영을 부실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7년간 266%에 달하는 고용증가로 조직이 비대해지고, 각종 무상복지사업 추진을 핑계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데다 온갖 부정부패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를 부실로 몰고 갔다.
내년도 전기요금은 원가를 보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실화시켜 줘야 한다. 미국이 금년 중 20% 올렸고, 영국은 규모가 80%에 달한 점을 생각하면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아울러 과거처럼 가계가 요금인상 부담을 대부분 짊어지는 체계를 이제는 고쳤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싸게 누리는 전기요금이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선진 경제에서 이러한 자원 배분의 왜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전기료 체계로 요금이 결정되어야만 가격 인상 조치가 국민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취약계층의 전기료 부담 문제는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홍콩 정부는 12개월 동안 전체 200만 가구에 대해서 각각 300홍콩달러 상당의 전기요금을 지원했다. 그동안 비축해놓은 재정 흑자를 통해 충당했다. 우리는 홍콩과 달리 국가 빚이 많아서 쉽지는 않겠지만, 재원 조달 수단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렬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과제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요금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을 접고, 지난 정부도 같은 생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고 미루다 오늘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문제로 맞닥뜨렸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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